“박근혜 퇴진”에 “메리 크리스마스”로 화답한 촛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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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호 2 면

성탄절 촛불 축제였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에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9차 주말 촛불집회가 전국에서 열렸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끝까지 간다! 9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이날 서울 집회엔 주최 측 추산 55만 명이 모였다.


이날 촛불집회에선 축제 분위기가 더욱 물씬 풍겼다. 사회를 맡은 윤희숙 한국청년연대 대표가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외치자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메리 크리스마스”로 응답했다. 본집회에 앞서 열린 사전 공연에서 가수 마야는 “추운 날씨인데 여기 오신 분들의 체온을 조금만 올리고 가도 제 일을 다 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수 이한철과 밴드 에브리싱글데이도 무대에 섰다. 가수 윤종신이 제작한 뮤직비디오 ‘그래도 크리스마스’도 상영됐다. 뮤직비디오 영상엔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과 광화문을 메운 촛불이 담겼다. 집회 참가자들은 영상에 촛불이 등장하자 “와아”하는 소리를 질렀다. 산타 복장으로 집회에 나온 더불어민주당 표창원·손혜원 의원도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시민들과 사진을 찍으며 분위기를 띄웠다. 산타클로스 옷을 입은 ‘박근혜 정권 퇴진 청년행동’ 회원 200여 명은 집회에 나온 어린이에게 그림책을 선물로 나눠줬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뜻깊게 보내려고 집회 현장을 찾은 연인·친구들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산타 모자를 쓰고 친구들과 함께 광장에 나온 임정인(20·인천)씨는 “촛불집회 이전에 연말 분위기가 느껴지는 축제의 장 같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가족 단위 참가자도 많았다. 초등학생 아들 손을 잡고 촛불을 든 박수희(43·여)씨는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이 촛불을 보고 하늘에서도 따뜻했으면 한다”고 했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보수단체 회원 10만 명(주최 측 추산)도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여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억지탄핵 원천무효”라고 외쳤다. 발언자로 나선 서경석 목사는 “마땅한 사유도 없이 촛불에 겁먹어 대통령을 탄핵하는 짓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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