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례투표…진통겪어|「명동농성」 6일만에 극적해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엿새째 계속되던 명동성당시위 농성사태는 성당측의 「이해를 앞세운 설득」으로 농성중이던 학생·시민들이 15일 해산키로 최종결정함으로써 극적으로 풀렸다.
농성학생·시민들은 이날상오 3차례의 투표·표결을 거치는 진통을 겪은 끝에 해산을 결정했으나 해산시기 방법을 놓고 한때 의견이 엇갈려 혼선을 빚기도 했다.
상오11시30분쯤 농성학생·시민대표 3명은 회의장인 성당내 문화관에서 나와 『우리는 농성을 계속한다』는 대자보를 붙였으나 하오1시쯤 농성참석자일동 명의로 성명을 발표, 해산할 뜻을 밝혔다.
한편 15일낮 12시40분쫌부터 명동 로얄호텔∼코스모스백화점 앞길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2만여명의 시민들이 길을 메우고「호헌철폐」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하다 35분만에 최루탄을 쏘며 진입한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이때 성당내에 있던 학생들은 진압경찰이 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에게 최루탄을 발사한 것에 항의, 『진압경찰이 완전철수할 때까지 성당앞 언덕길에서 연좌시위를 벌이겠다』고 결의하고 백지에 자신들의 구호를 혈서로 쓰기도 했다.
도심에서 계속되는 농성시위사태를 고통과 불안속에 지켜보았던 명동일대주민들은 물론 대다수 국민들은 이번사태가 파국의 충돌을 빗겨 원만한 해결을 이룬 것을 다행스러워 하면서 다시는 이런 극한대치가 재연되지 않도록 사회의 민주화가보다 구체적으로 이뤄지기를 바랐다.
◇해산투표=농성 계속여부를 놓고 농성학생·시민 2백13명은 15일 상오8시부터 농성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3차까지의 투표를 거쳐 1시간만에 농성을 풀기로 결정했다.
1, 2차투표는 기명투표를 실시했으나 숫자가 맞지 않아 3차에 이르러 거수투표로 이 같이 결정했다.
3차투표결과는 해산주장측이 1백19명으로 농성계속을 주장한 94명보다 25표 앞질렀고 1, 2차투표 모두 해산의견이 우세했다.
◇경찰철수=성당측 함세웅신부가 치안고위당국자에게 『학생들에게 안전귀가 보장을 확약한 마당에 경찰병력을 계속, 배치하는 것은 학생들을 설득하는데도 좋지못한 영향을 미친다』고 병력철수를 주장, 당국자가 이를 받아들여 14일하오6시쯤 결정됐다.
지난10일부터 명동성당으로 통하는 길목과 명동일대에 배치됐던 서울시경 기동대병력 10개중대 1천5백여명은 14일하오10시10분 철수를 시작, 20여분만에 완전히 철수했다.
◇설득 철야토론=성당측으로부터 당국의 안전귀가 보장방침을 전달받은 학생등은 14일하오 1시30분부터 5차례에 걸쳐 마라톤대책회의에 들어가 15일 상오까지 철야로 농성해제문제를 논의중이다.
성당측 함세웅신부등은 학생등의 회의에 참석, 『15일하오8시 전국규모의 「나라를 위한 특별미사」가 원만히 치러질 수 있도록 15일 정오 기자회견을 갖고 해산하는 것이 좋겠다』 고 학생들을 설득했으나 학생·시민지도부간에 강경과 온건주강이 팽팽히 맞서 결정을 내리지못하고 있다.
온건주장은 『닷새동안의 농성으로 충분한 성과를 거두었으니 성당측의 입장을 고려해 학교로 돌아가 투쟁을 계속하자』는 입장이고, 강경주강은 『지금 해산하면 시민과 동료학생들의 지지시위등 지금까지 거두어온 농성성과가 물거품이 되니 농성을 계속하자』는 입장인것으로 알려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