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 올리는데 4억…밑지고 쓰는 외국인 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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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의 몸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지난 2014년 외국인 선수의 몸값(계약금+연봉+인센티브) 상한선(30만 달러)과 재계약시 연봉 인상률(25%) 제한이 폐지된 이후 외국인 선수 영입 비용은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선수 1명당 영입 비용은 평균 66만 달러(약 8억원·개막일 기준)였다. 올해는 85만 달러(약 10억원)로 오르더니 2017년 계약한 19명의 평균 몸값은 95만 5000달러(11억원)까지 치솟았다. 헥터(KIA·170만 달러), 로사리오(한화·150만 달러) 등 외국인 선수 7명의 2017년 연봉은 100만 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120만 달러(약 14억원)를 받은 니퍼트(두산) 등 미계약 선수도 11명이 남아 있어 내년 외국인 선수의 평균 연봉은 100만 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외국인 선수 영입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이유는 팀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올해 10개 구단에서 뛴 외국인 선수 42명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스탯티즈 기준) 합은 84.71로 전체 선수(389.96)의 23%였다. 1군 엔트리 27명 중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쿼터는 3명(신생팀 kt는 4명)이다. 엔트리 수의 11%를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가 WAR의 23%를 담당하는 셈이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는 자주 바뀌기 때문에 스카우트 성패가 팀 성적을 크게 좌우한다.

프로야구 몸값 33%, 활약은 23%
2014년 30만달러 상한제 없어져
내년 평균 100만 달러 시대 예고
저평가 된 선수 발굴한 두산·넥센
1승 당 비용 2억원 효율적 운영
36억 쓴 삼성 1승 효과도 못 거둬

그렇다고 해도 구단 입장에서 보면 외국인 선수의 영입 비용이 너무 커졌다. 올해 10개 구단의 외국인 선수 몸값 총액은 2874만 달러(약 333억원·구단 발표액 기준)였다. 프로야구 전체 선수 인건비(약 1000억원) 중 33%를 차지한다. 전력의 23%를 위해 인건비의 33%를 썼으니 외국인 선수에 대한 지출은 10%포인트 정도 과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외국인 선수에 대한 투자액은 더욱 커지고 있다. 외국인 투수 니퍼트(22승)와 보우덴(18승)이 40승을 합작한 두산 외국인 3명의 WAR 합은 14.31로 가장 높았다. 두산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이 밖에도 외국인 WAR 상위 5개 팀은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반면 7위 한화는 외국인 선수의 활약 비중이 12%에 불과했다. 로저스가 시즌 초반 팔꿈치 부상으로 퇴출됐고, 마에스트리마저 부진했던 탓이다. 한화의 대체 외국인 2명(서캠프, 카스티요)의 활약도 미미했다. 9위 삼성의 웹스터, 발디리스 등은 부상과 부진으로 2군을 오갔다. 삼성 외국인 선수는 팀 전력에 마이너스 요소(WAR -0.10)로 분석됐다.

외국인 선수가 팀의 1승(WAR 1)을 추가하는 데 드는 비용은 평균 4억원으로 계산됐다. 지난해(3억원)에 비해 올해 투자 효율이 떨어진 것이다. 10개 구단이 치열하게 경쟁한 탓에 외국인 선수 몸값이 덩달아 올랐기 때문이다. 이영훈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1~3위를 차지한 두산·NC·넥센 등은 저평가된 선수를 잘 발굴했다. 머니볼(가치투자 방식을 야구단 운영에 적용)을 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NC와 넥센은 투자 효율(WAR 1승당 1억5000만원)이 가장 좋았다. 두 팀은 세이버메트릭스(야구 통계)에 능통한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전담 직원을 두고 있다.

◆WAR(Wins Above Replacement·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세이버메트릭스(야구를 통계·수학적으로 분석하는 기법)에서 선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 특정 선수가 보통 선수(쉽게 대체할 수 있는 선수)에 비해 팀 승리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계산한 값이다. WAR 1은 대체선수에 비해 팀의 1승을 더 생산했다는 뜻이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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