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못채우는 검찰/권일<사회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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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청법 41조를 보면 「검찰총장의 정년은 63세, 그밖의 검사의 정년은 60세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이 규정에 따라 정년퇴임한 검찰간부는 찾아볼수 없다. 81년 정창훈검사장(당시 대검 송무부장)의 정년퇴임이 마지막이었다.
검사는 행정부에 속한 공무원이다. 그러나 검찰을 준사법부라고 부른다. 업무처리 결과가 국민의 재산과 생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뜻이다.
최근들어 정년퇴임한 검사가 없다는 것은 검찰 간부들의 단명을 의미한다.
81년 신설된 검사의 직급정년제도(고등검사장 4년, 검사장 8년)도 검찰간부들의 조기퇴진을 부채질하는 셈이다.
박군사건의 문책인사로 검찰은 더욱 젊어져 정년퇴임은 생각할수도 없게됐다.
후배들을 위해 용퇴한 고시8, 9회 세분의 나이도 56, 55, 53세로 50대중반을 넘지 못했다.
새로 검찰 최고위직인 고등검사장급에 보직된 7명중 최고령자는 51세다. 48세인 고검 검사장도 있다.
아마도 40대후반이나 50대초입의 나이에 최고 원로 대우를 받아야하는 조직은 운동선수들의 모임이 아니라면 검찰밖에 없을지 모른다.
법조계는 대표적으로 보수적인 곳이다. 태어날 때부터 보수적인 사람이 모인 곳이 아니라 법조계에 오래 몸담고 있으면 업무 하나하나가 워낙 중요하다 보니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신중해지고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다른 기관의 장과 달리 대법원장이나 대법원판사·검찰총장의 자격요건에 「법조경력 15년 이상」을 명시한 것도 이때문이다.
공자같은 성인도 40세가 되어서야 세상일에 흘리지 않게 되었다고 해서 40세를 「불혹」이라고 했고, 60세가 되어야 생각이 원만해지고 듣는대로 곧 이해가 된다고 하여 「이순」이라 했다.
국가를 대신해 항상 남의 잘잘못을 가려야하는 검사는 젊은 패기나 박력보다 풍부한 경험과 깊은 연륜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또 정년퇴임을 앞두고 다음 자리에 욕심을 내지 않는 검찰간부들이 많다면 요즘 말썽 많은 검찰권 확립문제도 쉽게 해결될수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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