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기부양책 유지” 엔저 즐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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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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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당분간 엔저를 즐기며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 뒤 첫 금융정책회의
금리 동결, 채권매입 규모 유지
구로다 “강력한 금융완화 지속”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20일 “최근 엔화 약세 현상이 놀라운 수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선진국이든 신흥국이든 전세계 통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구로다 총재는 특히 “물가상승률 2% 목표를 조기 실현하려면 강력한 금융완화를 추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며 저금리와 국채 매입으로 대표되는 경기부양책을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일본의 이번 금융정책결정회의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처음 열린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 이후 엔화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올리자, BOJ가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이 엔저 유도인 만큼 추가 양적완화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로다 총재는 이런 현상을 “엔저라기보다는 달러 강세”라고 일축했다. BOJ는 이날 기준금리를 현행 마이너스(-) 0.1%로 동결하고 시장에 돈을 풀기 위한 채권매입도 연간 80조 엔 규모를 유지했다. 장기 목표 금리, 즉 10년 만기 국채금리 목표치도 기존대로 0% 수준을 유지키로 했다.

엔화가치는 지난 11월8일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경기부양 기대감과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 가치가 상승하며 상대적으로 하락해 1달러당 117~118엔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9일 달러당 103.5엔에서 지난 16일 118엔까지 40여 일 동안 14% 넘게 가치가 추락했다.

일본 경기에 대한 평가는 일보 전진했다. BOJ는 이날 성명에서 “완만한 회복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구로다 총재는 “해외에서는 선진국 경기가 순조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 내에서도 엔저가 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시 타마리 SMBC프렌드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우선 과제인 일본의 2%의 물가 목표는 아직 달성하지 못했고 ‘트럼프식 성장’이 실현될지도 의문이 남는다”며 “일본은행이 금융 완화책을 멈추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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