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코스 3관왕하고 돌아온 박태환…2016년은 '롤러코스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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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 3관왕에 오른 박태환(27·인천시청)이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양광삼 기자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 3관왕에 오른 박태환(27·인천시청)이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양광삼 기자

'롤러코스터.'

박태환(27·인천시청)은 자신의 2016년을 이렇게 정리했다. 급한 경사로 이뤄진 레일 위를 빠르게 오르내리는 롤러코스터처럼 그의 1년도 파란만장했다는 뜻이다. 국제대회 출전을 마치고 19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박태환은 "리우 올림픽 때는 아쉬운 성적을 내고 돌아왔다. 그래도 전국체전부터 세계선수권까지 마무리가 잘 돼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박태환은 올해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지난 2014년 9월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국제수영연맹(FINA)의 징계을 받았던 그는 올해 3월 복귀했다. 하지만 리우 올림픽 출전을 놓고 대한체육회와 갈등을 빚었다. 그 과정에서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전 차관으로부터 올림픽 출전 포기 압박을 받았던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그러나 박태환은 올림픽 참가를 위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다. 결국 지난 7월 CAS가 박태환의 손을 들어주면서 그는 극적으로 리우행 비행기에 올랐다. 올림픽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어렵게 참가한 올림픽에서 박태환은 메달을 따지 못했다. 자유형 100m·200m·400m 예선에서 줄줄이 탈락한 박태환은 결국 자유형 1500m 출전을 포기하고 짐을 쌌다. 박태환은 "훈련을 많이 했지만 여러 가지 안 좋은 일을 겪으면서 심적인 부담이 컸다. 힘들게 올림픽에 나갔기에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는 부담감이 심했다. 몸과 마음이 무거워 레이스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리우 올림픽이 마지막 도전일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박태환은 초심으로 돌아갔다. 지난 9월 호주로 건너가 훈련에 몰두했다. 찬란했던 수영스타의 명성은 내려놨다. 트레이너와 둘이 모든 훈련 일정을 짰다. 직접 운전하고, 밥을 챙겨먹으며 백의종군을 거듭했다. 박태환은 "그동안 내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큰 도움을 받았는지 깨달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한다는 게 무척 힘들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서서히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10월 전국체전 자유형 200m와 400m에서 우승한 이후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자유형 100m·200m·400m·1500m의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그리고 지난 7일 캐나다 윈저에서 열린 FINA 쇼트코스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자유형 200m·400m·1500m 등에서 우승했다. 비록 올림픽 규격의 50m가 아닌 25m길이의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였지만 FINA가 주관하는 세계선수권대회였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갖고 있었다. 올림픽 이후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박태환이 목에 건 금메달은 7개다.

외신들도 박태환의 재기를 주목하고 있다. FINA 공식 홈페이지는 "박태환이 다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박태환이 리우 올림픽의 암울한 기억을 날려버렸다"고 했다. 또 이탈리아 일간지 라가제타 델로스포르트는 "금지 약물 복용과 올림픽 실패로 인해 박태환은 불량품이로 전락했다. 그러나 그는 어려움을 딛고 위대하게 부활했다"고 보도했다.

박태환은 "안 좋은 일이 많았는데 성적까지 나빴으면 상심했을 것 같다. 내 실력이 진실이었다는 걸 증명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요즘 우리나라의 상황이 아주 힘들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국민 여러분께 좋은 성적으로 힘을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영을 하느라 한 번도 놀이공원에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롤러코스터도 타본 적이 없다"며 "대신 내 인생이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배운 게 많은 한 해였다"고 덧붙였다. 박태환은 내년 7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도전할 예정이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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