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직업훈련 뿌리내렸다|개관 10주년 근로여성회관등서 앞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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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저소득층 여성들의 본격적인 직업훈련장으로 발족, 주목을 끌었던 서울 YMCA 근로여성회관이 6월로 개관 10주년을 맞는다. 이를 계기로 여성직업훈련을 진단해 본다.
현재 여성직업훈련을 담당하고 있는 곳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여성회관, 서울시의 부녀복지관, 한국여성개발원의 직업훈련원 및 일부 여성단체와 사회단체. 양재·미용·한복·수예·기계자수·조리등 전통적인 여성직종에서 도배·타일·목공·표구·전자제품수리·감귤 전정에 이르기까지 약15가지 직종이 개발돼 연간 4만5천여명을 배출하고 있다(서울시의 경우).
관계기관에 따르면 대부분30대 기혼여성인 이들 수료생의 평균취업률은 약50%선. 그러나 도배·타일등은 평균90%가 취업하고 있으며 파출부·간병인등의 취업률도 이와 유사할 정도로 높다.
취업 때 이들이 받는 임금은 도배·타일·간병인 같은 일일고용노동의 경우 8천∼1만원. 미용·한복등은 월5만∼8만원, 양재는 월12만∼15만원, 자수는 월10만원 안팎이 대체적인 초임 수준이다.
이 같은 직업훈련이 거둔 성과중에 가장 크게 평가되는 것이 직업인식에 대한 변화.
지금까지 「막노동」으로만 여겨왔던 파출부·도배·타일등을 일정기간동안 정규훈련을 시켜 배출함으로써 하나의 직업이란 인식을 갖게 됐다고 육순연씨 (서울Y근로여성회관관장)는 분석한다.
남성들의 직종으로 여겨져 오던 것을 남녀 공동의 직종으로 개발한 것도 직업훈련이 거둔 성과중의 하나. 도배·타일등은 종래에도 여성들이 함께 현장에서 일해오던 분야이긴 했으나 단순히「여자」라는 이유로 보조 취급, 임금을 남자의 절반도 받지 못했었다. 페인트· 감귤 전정은 아예 여성들이 발을 붙이지 못했던 직종. 그러나 직업훈련을 통해 여성 직업인이 배출되면서 페인트 붓을 건네받게 되었으며, 감귤 따기만에 국한됐던 여성들도 보다 보수가 좋은 감귤 전정 작업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여성직업훈련이 제대로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미흡한 점이 많다』는게 서채호씨(대한YWCA특별사업담당) 의 지적.
서씨는 ▲지역적 특성을 살린직종개발 ▲전문 직업훈련교사양성과 함께 ▲고용인들의 태도변화가 이뤄져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즉 현재 현장에서 남성의 몫을 다하고도 제대로의 임금을 받지 못하는 직종이 어떤 것인지를 따져보아 이를 여성직업훈련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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