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레터] 아직까지, 아직까지

중앙일보

입력

워싱턴에서 포탄이 하나 발사됐다. ‘페드’(Fed,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금리 인상은 예고돼온 폭탄이다. 한국 금융시장은 그래서 ‘아직까진’ 평온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요격 미사일을 준비했다. 금융통화위원회를 연 뒤 “대외건전성이 양호해 당장 자본 유출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시장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시장의 평온함은 ‘아직까진’이라는 조건부다.

다른 한 발의 포탄도 대기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이다. 15명의 장관 중 13명의 장관을 지명한 트럼프의 인선을 꼼꼼히 살펴보면 변화와 파격이 담겨 있다. 인사의 파격은 정책의 파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민주당 정부 8년에서 공화당 정부로 바뀌는 정권 교체다.

미국의 관료사회는 정권교체에 내성이 강하다. 하지만, 변화를 몰고올 주역은 세계 경제를 긴장으로 몰아넣고 있는 트럼프다. Fed의 금리 인상은 점(點)으로 보면 안되는 선(線)이고, 다시 몰려올 파도다.

12년 전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고건 전 국무총리가 12년 후 자신의 위치에 있는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던진 충고도 경제다. 고 전 총리는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권한대행의 역할을 소극적으로 해야 하나, 적극적으로 해야 하느냐는 질문은 틀렸다. 대통령 탄핵 전후와 다름없이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만 생각해야 한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가장 문제다. 특히 경제리더십이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행정의 달인이라는 소리를 들은 고 전 총리 입에서 나온 ‘경제가 가장 문제’라는 당부를 황교안팀은 허투루 듣지 말아야 한다. 폭탄이 여기저기서 터지는 지금, 그리고 앞으로 어디서 더 터질지도 모르는 지금은 비상이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인물이 난다고 했다. 나라의 돈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들은 월급 주는 ‘오너(Owner)’만 생각해야 한다. 내 아내고, 내 아들이고, 내 딸이기도 한 국민이 오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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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박근혜 정부의 또 다른 얼룩이 드러났다. 2014년 정윤회 문건을 첫 보도한 세계일보의 조한규 전 사장은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해 정부 출범 초 양승태 대법원장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사찰당했다고 진술했다. 2014년 비선실세 논란을 다룬 정윤회 문건 보도 때문에 청와대 압력을 받아 사장직에서 밀려났다는 조 전 사장은 “대법원장 사찰은 헌정질서 유린”이라고 주장했다. 청문회를 지켜보던 대법원도 “삼권분립 훼손”이라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국회 국정조사, 특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라는 3개의 창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대통령을 겨누고 있다. 청와대 관저 속 대통령은 ‘아직까지’ 잔뜩 웅크리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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