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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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연희씨의 장편소설 『하늘사랑 땅의 사랑』을 제4회 유주현문학상 수상작품으로 결정하는 우리의 즐거움은 크다.
제3회를 수상작 없이 걸렀기 때문에 우리의 기쁨은 이중적이다.
전세기 조선왕조 말엽에 한국으로 건너온 선교사들의 이방에서의 삶과 그 전말을 섬세한 필치로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작자가 추구해온 종교적인 삶의 성공적인 부각이 단단한 역사적 이해에 기초하고 있어 야무진 밀도와 호소력을 성취하고 있다.
종교적 헌신과 사해동포적인 사랑의 실천은 그 자체가 지극히 감동적인 소재이지만 바로 그런 이유때문에 그 문학적 처리에 있어 소홀치 않은 부담을 안겨주는 것이 사실이다. 비싸지못한 복음주의의 전파로 기울어질 위험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늘사랑 땅의 사랑』은 이러한 위험부담을 거뜬하게 물리치면서 종교와 역사의 어울림을 진솔하고도 기품있게 완결시켜 주고 있다. 소박하고 예사로운 필치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무리없는 전개와 자상한 인물조형과 담담하면서도 정감있는 문체로 독특한 견인력을 가지고 있다.
작위성의 노출이나 성급한 메시지 송신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이 작품의 미덕을 우리는 높이 산다. 굳이 아쉬움을 첨가하자면 종교와 역사의 어울림에 있어 허구의 잔재미가 보족되었더라면 하는 것이다.
사회적 관심의 확대와 함께 초월과 종교의 문제에 기울여온 정연희씨의 작가적 노력에 우려는 이 작품에서 또하나의 이정표로 귀결되었다고 믿는다.
우리는 이 작품을 수상작으로 결정하면서 정연희씨가 처녀작 『파류상』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성숙해온 작가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30년이라는 시간은 한인간과 작가 발전의 공간일수 있지만 답보와 좌절의 공간일수도 있는 것이다.
작가생활 30년의 기념이될수 있는 이번 수상이 이 작가의 지속적인 발전 계기가 되어주기를 우리는 동시대의 동료로서 각별히 기대하고 싶다. 수상결정에 있어서나 이러한 기대감에 있어서나 우리들 세사람의 합의에는 질감의 차이가 없었다. 이호철 서기원 유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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