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올라간다…경고음 커지는 G2 주택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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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가 성대하면 후유증도 크다.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그동안 초저금리로 고공행진하던 미국·중국(G2) 주택시장에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미 부동산, 금융위기 후 최대 호황
저금리 기조 끝나면 거품 붕괴 우려
중국 대도시도 과도하게 값 올라
본토 개발업자들 눈덩이 부채 허덕

최근 미국 주택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집값은 미국의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20개 대도시 지역의 주거용 부동산 가격을 추적하는 S&P·케이스실러 전국주택가격지수는 184.80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6년 7월에 기록했던 고점을 10년 만에 넘어선 것이다. 반면 미국의 인플레이션 척도인 소비자물가지수는 같은 기간 1.64% 가량 올랐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이 발표한 10월 기존 주택매매 건수도 560만 건(연간 환산 기준)을 기록해 9년 8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담보부증권(CMBS)이 부동산 시장의 회복 전망과 위험자산 회복심리를 타고 활력을 찾고 있다”며 미국 부동산 시장의 과열과 거품 붕괴 가능성을 경고했다. 금융위기 제2뇌관으로까지 거론됐던 CMBS는 사무실, 쇼핑센터, 호텔 등의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유동화시킨 상품이다. CMBS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율 상승과 부동산 가격 하락 탓에 부실화 우려를 낳으며 2009년 말까지만 해도 금융시장 최대 위험요소 중 하나로 지목됐었다.

낮은 대출금리 환경도 막을 내릴 전망이다. 미국 국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기관인 프레디맥이 지난 8일(현지시간) 발표한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는 4.13%로 지난 2014년 10월 이후 2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 전 이 금리는 3.54%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인플레이션 기대로 소비자와 기업에 빌려주는 장기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국 국채금리(10년물)가 상승세를 타자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른 것이다. 금리의 상승세는 그 동안 시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빌렸던 주택시장에 압박을 줄 수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금리 인상이 몰고 올 불황을 ‘대규모 주택 충격(Great Housing Crash)’으로 표현하며 당장 내년에 충격이 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주택시장에 대한 공포감은 중국에도 번지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아시아금융허브에 대한 연례 평가 보고서에서 미국의 금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할 경우 부동산 시장에 대한 타격이 경제 전체로 전염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홍콩) 부동산의 과도한 밸류에이션은 금리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홍콩 경제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도 막대한 부채에 허덕이고 있어 내년에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상환해야하는 회사채 상환액은 2017년 173억 달러(약 20조원), 2018년 279억 달러(약 32조원)에 이른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완커(万科)의 위량(郁亮) 사장은 12일 중국 인민일보 인터뷰에서 “그동안 부동산 가격이 과도하게 올랐던 도시들은 내년에 집값이 뚜렷하게 떨어질 수 있다”라며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하게 공급되면서 실제로 주택을 구매할 능력이 충분하지 못한 많은 사람이 주택 구매에 나섰다”고 말했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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