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자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교육자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그들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는 「스승의 날」을 맞는다.
교육자 상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 많이 달라지긴 했으나 교육자에 대한 기대와 존경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그것은 교육자가 교육현장을 도맡고 있는 신성한 교육의 주인공이기도 하거니와 올바른 교육 없이는 사회가 올바르게 유지, 발전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늘처럼 가치관이 혼란되어 정신적인 지표를 찾기 어려운 시대에 교육자들에게 거는 기대가 더없이 높고 교직의 존엄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권의 권위는 사방에서 위협받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교육당국이나 사학재단에 의해 교권이 침해되고 있다.
엊그제는 서울시내 어느 실업학교에서 생활지도담당 교사가 무단외출한 학생에게 손바닥 2대를 때렸다해서 학생들이 학교를 마구 부수며 난동을 부렸다.
이런 불상사말고도 요즘엔 학교 교실에서 학부모들이 어린 학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교사에게 폭언을 하거나 삿대질을 하는 광경도 자주 벌어지는 모양이다. 스승과 부모를 동일시하던 성직관이 해체된 서글픈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교원들의 처우는 다른 직종에 비해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황금만능의 산업사회에서 사회적 지위까지 격하돼 그들의 긍지와 사명감, 자부심에 상처를 주기에 이르렀다. 이는 직업의 선호도를 묻는 앙케이드 조사에서 교직의 인기가 해마다 떨어지는 현상으로도 교원들이 처해 있는 위치를 익히 알 수 있다.
이처럼 교육자의 권위와 존경과 지위의 격하는 결과적으로 교육의 저하, 교육의 위기로 낙착되기에 여간 우려스럽지 않다.
어떤 일로 인해서든 교육자의 상이 흔들리고 교원들이 곤욕을 당하고 사기가 떨어지면 그 결과는 자녀교육에 되돌아오며 사회와 국가 장래에 돌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획일주의와 구조화된 교육행정의 관료성과 비민주성도 반성할 일이다. 가뜩이나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시달리는 교원들을 관료기구의 말단쯤으로 취급하고 명령만으로 자율성을 짓밟는다면 사도나 성직은 설자리를 잃고 만다.
물론 교육자들도 자성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극소수에 불과하겠지만 사도의 타락과 부패상이 교육풍토를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는걸 간파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 비행, 또는 문제학생 처리를 두고 교육행정당국의 눈치를 지나치게 살피고 자주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듯한 인상도 주어왔다. 교육은 문제학생일수록 열과 성을 다해 올바른 학생으로 지도하고 감싸 주는 것이지 사회에 무조건 내쫓는게 만능이 아니다. 그런 학생을 사회로 내쫓기만 한다면 그 학생은 장차 어떻게 되고 사회는 문제학생으로 가득찰게 아닌가.
스승의 날은 스승의 가슴에 꽃한송이를 달아주고 할 일을 다 하는 날이 아니다. 스승이 스승으로서 긍지와 애착을 느끼고 사명을 다 하도록 여건을 만드는 궁리를 다같이 모색하고 스승도 존경을 받도록 자기 혁신과 반성을 하는 날이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