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체감하는 타인의 아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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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호 31면

최근 공연계에서 가장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고선웅 연출이 이끄는 극공작소 마방진의 신작. 2014년 경기도립극단이 제작해 전석매진을 기록했던 ‘날숨의 시간’을 스케일을 키우고 원형극장의 장점을 살려 더욱 생생하고 에너지 넘치는 무대로 업그레이드했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탈북 자매 미선과 미영의 이야기를 통해 북한이탈주민이 겪고 있는 체제 부적응과 상대적 빈곤, 사회적 편견과 차별의 실상에 현미경을 댔다.


탈북자들을 실제로 인터뷰 해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낸 박찬규 작가의 대본을 토대로 했다. 공연 초반 약 40분 동안 침묵 속에서 펼쳐지는 신체극에 가까운 탈출 장면이 압권이다. 원형 무대를 쉬지 않고 뛰어다니며 경계를 헤쳐나가는 긴박한 탈출 과정을 온몸으로 표현해 관객까지 극도의 긴장감 속에 숨죽이게 한다. “탈북자들의 고통스런 실상을 체감하고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게 하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 고선웅 연출의 말이다.


글 유주현 객원기자, 사진 극공작소 마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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