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중공에 왜 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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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장기적으로 보아 북한의 중·소정책은 「등거리 중립」과 「실리 극대화」다.
상황과 정세에 따라 중·소의 어느 일방에 편중되거나 이념에 의한노선의 변화는 있었지만 그것은 잠정적 현상일뿐 궁극적으로는 중립과 실리의 추구로 일관해 왔다.
소련과의 경쟁관계에 있는 중공의 북한정책은 북한을 친중공으로 묶어 놓는것이 최고 목표요, 중립의위치에 두는 것이 최저목표다.
오는 21일로 예정됐다는 김일성의 중공방문도 이런 인식위에서 평가, 분석해 볼수 있다.
북한은 최근 한국과의 경쟁에서 두가지 딜레머에 빠져있다. 하나는경제적 격차의 심화이고, 또 하나는 군사적 우월의 축소경향이다.
평양은 이 난점의 해결을 소련의 원조에서 찾고자 했다. 그런 정책은 「고르바초프」의 아시아정책과조화를 이루어 지난 수년동안 북한은 소련으로부터 상당수의 군비지원과 경제,기술원조를 얻을수 있었다.
이것은 실리추구에는 도움이 됐으나 평양-모스크바의 밀착으로 중·소등거리 중립에 배치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것은 평양의 기본노선이나 북경의 북한정책에도 맞지 않는 불균형이다.
김일성의 북경방문은 이런 불균형을 시정하면서 중공으로부터도 각종 원조를 얻어 실리를 극대화하려는 계산에서 나온것 같다.
북한은 뒤늦게 중공식 개방정책을 시도했었다. 그러나 국제적 신용을 축적해 놓지 못한 탓으로 서방국가들의 호응을 얻지못해 실패하고 말았다.
그들은 제3차 경제개발 7개년계획에서 대외교역의 증대등 방대한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으나 그 수행의 전망은 어두운 편이다.
이 계획의 달성은 미국과 일본, 그리고 서구 자본국의 국가들과 경제협력의 길을 트지않고는 불가능하다.
더구나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개선과 접촉을 통해 한국을 견제하면서 그 개방정책을 실험해 나가고자 하고 있다.
이런 과제들은 중공의 힘을 빌어야 가능하다고 평양당국은 판단한것 같다.
한편 중공도 북한을 대소밀착관계에서 분리시켜 원래의 등거리 위치로 복원시키려 하고 있다.
중공은 한반도와 인지·몽고를 속방시하던 중화제국주의의 전통적인대외인식을 상속받고 있다. 공산화된 몽고와 인지3국은 친소화돼 있고 오직 한반도만이 소련의 배타적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 따라서 북한을 방치해 둘수는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공의 한반도 정책에도 딜레머는 있다. 중공은 비록 북한과 동맹관계에 있지만 한국을 소외시킬수는 없게돼 있다. 그것은 중국의 전통적 인식에서나 현재 중공의 상황으로 볼때 어쩔수 없는 일이다.
그밖에 주한미군, 남북한관계, 서울올림픽및 중공의 대미정책등에 관해서도 평양과 북경의 입장은 다르다.
이런 양측의 모순이 김일성 방중으로 어느정도 조정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평양의 중립,실리의 추구에는 도뭄이될 것이다.
「고르바초프」와 등소평이 군사모험주의를 추구하지않는 오늘 김일성의 외유는 그만큼 북한이 개방화된다는 징조다. 그러나 우리외교가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하는 개방인지 아닌지는 지금 속단할 수 없다. 북한은 어떤 예측도 불가능한 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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