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백사하고 힘든 몸을 끌고 나왔습니다.”
김기춘(77)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오전 최순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한 발언이다. ‘제백사’라는 단어를 두고 그의 말을 빠르게 받아쳐야 하는 속기사들은 당황했다. 현재는 잘 쓰이지 않는 말이라 생소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전에 따르면 제백사(除百事)는 ‘한 가지 일에만 전력하기 위하여 다른 일은 다 제쳐 놓음’이라는 의미다. 유의어로는 ‘파제만사(破除萬事)’가 있다.
김 전 실장이 말한 전체 문장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제 심장에 스탠스도 7개 꽂고 있고, 어젯밤에도 제가 통증이 와서 입원할까 했지만은 국회의 권위, 국회가 부르는 것은 국민이 부른다고 해서 제백사하고 힘든 몸을 끌고 나왔습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무단으로 출석하지 않은 것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즉 자신은 고령이고 건강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회 출석을 위해 ‘제백사’ 즉 모든 일을 제쳐 두고 온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말이었다.
김 전 실장은 부인을 칭하면서 역시 요즘엔 잘 쓰지 않는 표현인 ‘내자(內子)’라는 단어를 썼다. ‘내자’의 사전적 정의는 두 가지로, “남 앞에서 자기의 아내를 이르는 말”과 “옛 중국에서 경대부(벼슬아치)의 정실부인을 이르는 말”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