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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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나라의 수출전략도 이젠「양」에서「질」로 바뀌고 있다. 「질의수출」이란 고급 상품을 만들어 제값받고 파는 수출을 말한다.
밑지는 수출은 국력의 낭비다. 그 많은 물자와 인력과 시간과 기술을 외국에 내다버리는 것과 같다. 달러가 귀할 때는 그런 수출이라도 해야 외화보유고를 어느정도 유지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런 형편에선 벗어났다. 지난해의「무역흑자」원년이후 달러 구걸은 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그러나 무역흑자에도 걱정은 따른다. 무역마찰이 그것이다. 물건을 팔고 사는 쪽에선 서로 흥정이 맞아 상거래를 하는데, 정부와 정부끼리는 무역의 균형을 따진다. 무역전략과 정책이 필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무역에는 세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18세기 영국과 포르투갈이 그랬듯이 서로「보완적 무역」(complementary trade)을 하는 경우다. 영국의 양모와 포르투갈의 포도주를 주고 받았다. 이때는 무역당사국 모두가 이익이다. 여기엔 승패도 패자도 없다.
둘째 유형은 오늘의 미국과 서독사이에서 볼수 있는「경쟁적 무역」(competitive trade) 이다. 서독은 일본이상 가는 공업제품 수출국이다. 그러나 삐걱소리가 없다. 이것이 일본과 다른점인데, 서독은 미국으로부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상관없이 많은 공업제품을 수입한다. 세계 제2의 공업제품 수입국이기도 하다.
이 경우는 승자와 패자가 있을수 있다. 하지만 패자도 승자가 될수 있는, 이를테면 패자부활전이 가능하다. 여기엔 마찰음이 있을수없다.
세번째는「적대적 무역」(advers arial trade)이다. 이쪽은 수출만하고 저쪽은 수입만 하는 경우다. 결국 수입만하는 쪽에선 적대감이 생긴다.「적대적 무역」관계에선 결국 모두가 패자의 처지가 되고 만다. 수입만 하는 나라는 새로 공장을 짓고, 기술을 개발하고, 시설을 근대화하는 일을 게을리 할수밖에 없다. 결국 그런 나라의 산업은 파국을 맞게된다.
이런 국면이 되면 수출국은 제대로 수금을 할수 없다. 상대국이 대금을 지불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모두 패자가 되고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수출 좀 잘 된다고 희희락락할 때가 아니다. 「질의수출」은 그런 점에서 좋은 착안이다. 문제는 고급상품을 만들어 낼수 있는 기반인데, 정부는 지금 이른바 산업구조개편에 신경을 쓸 관심과 성의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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