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제 쓰나미가 걱정되는 암담한 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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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내년 경제 전망이 잿빛 일색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3.0%에서 2.6%로 낮춰 잡았다. 세계 무역의 회복이 부진한 가운데 최순실 사태에 따른 국정 공백과 부동산 경기 하락, 구조조정, 부정청탁방지법(김영란법) 같은 악재가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봤다. 산업연구원도 비슷한 이유로 내년 성장률이 2.5%에 머물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은행(2.8%), 한국개발연구원(KDI, 2.7%), LG경제연구원(2.2%), 현대경제연구원(2.6%) 등도 기존 전망을 더 낮출 가능성이 크다. 해외 투자은행(IB) 중에선 1.5%를 내다보는 곳까지 나왔다. 정부의 ‘3% 성장 목표’는 이미 공수표로 낙인찍힌 분위기다.

현재의 경기 상황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가계 소비심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추락했다. 제조업 업황을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기준선인 100을 한참 밑도는 70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해외건설 수주는 2010년 716억 달러에서 올해 233억 달러로 곤두박질칠 전망이다. 금리가 급등하는데도 가계부채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무역규제 강화로 대외 환경도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처할 리더십은 완벽한 실종 상태다. 경제부총리와 내정자의 어정쩡한 동거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여야는 법인세 인상과 누리과정을 둘러싸고 막판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노동개혁 4법’은 이미 무대에서 사라졌고, 여야가 공동 발의한 ‘규제 프리존’ 입법마저 논의가 중단됐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비롯된 국정 공백이 경제 이슈마저 블랙홀처럼 집어삼키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여야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과 정당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극대화하는 데에만 전념하고 있는 듯 보인다. 가뜩이나 국정이 비정상인 상황에서 경제마저 무너지면 기약할 훗날조차 사라진다. 지금이라도 정치가 경제를 살피지 않는다면 무너진 경제가 쓰나미처럼 정치를 휩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