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트럼프 감세하고, 한국은 법인세 올리면 GDP 5.4% 하락"

중앙일보

입력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5.4% 감소하고 일자리는 38만2000개가 줄어든다“

미국 트럼프 감세하는데…한국 법인세·소득세 올리면 경기침체 심화
한경연 ”한국서 투자 빠져나갈 것…예산부수법안 지정 철회해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세제 개편 공약이 이행되는 동시에 한국에서 법인세와 소득세율 인상 부수 법안이 통과될 경우를 가정해 산정한 수치다. 한경연은 이날 ‘트럼프의 조세정책의 영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이처럼 주장했다.

한경연은 ”법인세와 소득세율 인상이 트럼프의 세제 개편과 맞물리면 현재의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국회에 법인세·소득세 인상법안의 예산부수법안 지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법인세·소득세 인상법안 등 9건이 내년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돼 소관 상임위원회에 통보된 상태다. 만약 30일까지 여야가 부수법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다음달 2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돼 국회를 통과한다.

트럼프 당선자의 세제 개편 안은 미국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15%까지 인하한다는 내용이다. 실현될 경우 미국은 세계 자본을 빨아드리는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각국의 법인세율 경쟁도 치열해질 수 있다. 거대 내수시장을 갖고 있고, 양질의 노동력, 기업 친화적 제도가 정착된 미국이 법인세마저 세계 최저 수준으로 낮춘다면 자본 쏠림 현상을 막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경연은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공약대로 세제 개편이 이행되면 한국은 자본 유출이 심화돼 투자가 향후 10년간 연평균 3.0% 감소하는 동시에 GDP는 1.9% 줄어들고, 일자리는 10만7000개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만약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이 야당 안대로 각각 3%p씩 인상되면 투자 감소는 연간 14.3%, GDP 5.4% 감소, 일자리 38만2000개 감소한다는 것이다.

한경연은 ”현재 한국 법인세율은 미국보다 12%p 낮지만, 우리가 현행 22%에서 25%로 올리고 미국이 트럼프 공약대로 내리면 한국이 미국보다 무려 10%p 높은 법인세율을 갖게 된다“며 “법인세율 격차가 역전되면서 국내 투자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경연은 트럼프의 세제 개편이 이행되면 향후 10년간 미국의 GDP는 연평균 10.4%씩, 투자는 58.5%씩, 일자리는 300만 개가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이럴 경우 결국 법인세율을 인하하려는 국제 간 조세 경쟁은 더욱 심화될 텐데, 우리는 부수법안이 통과되면 향후 국제 간 조세 경쟁을 헤쳐나가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경연은 이날 ‘소득세 부담, 누진도, 소득재분배 효과의 국제 비교’ 보고서를 내고 “소득재분배 효과를 높이려면 소득세 인상보다 각종 공제수준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014년 기준 한국 소득세 과세자 비율(근로소득세 51.9%, 종합소득세 71.5%)은 영국(97.2%)이나 싱가포르(72.3%)보다 낮았다. 보고서를 쓴 성명재 홍익대 교수는 “지난해 한국의 면세비율이 48%에 달할 정도로 높았던 원인은 높은 공제수준 때문”이라며 “과도한 소득공제로 면세비율이 증가하면 근로소득세의 누진도는 높아지지만 소득재분배 효과는 떨어진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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