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늪에서 구해준 든든한 동아줄, 고용디딤돌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김태현

[고용노동부 제 1회 청년정책 취업수기 공모전-우수상]

작년 1월까지만 해도 나는 창창한 미래에 대한 꿈에 부풀어 있는 청년 사업가였다. 촉망받는 신생기업의 대표로 앉아있을 생각을 하면 밥은 안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았고 잠을 줄여도 피곤하지 않았다. 정말 말 그대로 ‘꿈을 먹고 사는 청년’이었다. 그렇게 서울의 작은 사무실에서 밤낮으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몰두했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촉망받던 젊은 사업가는 길을 잃게 된다.

젊은 나이에 경험한 작지 않은 실패는 큰 트라우마로 남아 날마다 나를 괴롭혔다. 나에게는 재기를 위한 자신감도, 돈도 없었다. 사업실패로 내 역량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기에 새로운 길을 찾는 데 집중했다.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그러나 새로운 시작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사업으로 인해 남아있던 빚을 청산하기 위해 낮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고 밤에는 취업준비를 하며 지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취업활동이라고는 구직사이트를 기웃거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내년이면 달걀 한판의 나이가 되는 나에게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큰 손실이었다. 게다가 아무리 아껴도 생활비를 지출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돈이 줄었고 마음은 더욱 조급해졌다. 불안과 초조로 1년여의 세월을 보내고 있던 차에 2016년 3월 어느 날 인터넷 채용 공고를 샅샅이 찾아보던 중에 현대자동차그룹 고용디딤돌이라는 안내문을 발견하였다.

고용디딤돌은 5개월간 현대자동차그룹의 체계적인 실무 교육과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사의 인턴 활동의 기회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으로, 청년들에게 직무역량과 취업 경쟁력을 강화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좋은 조건이었다. 하지만 내년이면 서른을 앞둔 늦은 나이에 5개월은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그때 문득 사업을 통해 얻었던 그 값비싼 교훈들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내가 그 큰 비용과 시간과 고통을 맞바꿔 얻어낸 교훈은 ‘선택의 순간에 때를 놓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올지 모를 기회였다. 잡지 않는다면 나는 또 기약 없는 매일을 살아야 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절박한 마음으로 시작한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은 내게 전혀 다른 나날을 선물해주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내게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드디어 진정으로 새로운 길로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프로그램은 기초지식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던 나를 전문 기술인의 길로 이끌어 주었다. 합숙교육과 현장 실습, 그리고 자동차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이해할 수 있었다. 주경야독하며 실무자가 아니면 접할 수 없는 용어를 익힐 수 있었고 하루빨리 현업에서 활용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현재는 영업 관리 파트에서 고객사에게 정확한 날짜와 시간에 납품할 수 있도록 재고를 유지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곳에서 실무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으며,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직은 가끔 실수도 하는 신입이지만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옆에서 많이 도와주고 계시다. 무엇보다 꼼꼼하고 정확한 나의 성격이 이 업무에 적격이라는 것을 알게 돼 일을 하면서도 항상 즐겁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이 있다. 과거의 나는 참으로 ‘비싼 경험’을 했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만큼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때를 돌아보며 ‘아무도 해보지 못할 경험을 한 것이다. 인생공부 좀 비싸게 했다 치자’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현재를 값지게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기소개서에 적은 포부처럼 열심히 하자라는 생각으로 매일 같이 일했고 이제는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얻기 위해 다시 한 번 도약하고자 한다.

지금 진로와 20대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는 나에겐 현대자동차 고용디딤돌은 미래의 계획과 준비를 할 수 있었던 새로운 기회였다. 또한 ‘도전하고 행동해야만 원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나의 삶의 이정표로 만들어 준 소중한 경험이다. 앞으로 훨씬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현재 배우고 경험했던 미래의 방향과 목표가 있기 때문에 극복해 나갈 자신이 생겼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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