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총재 일문일답 "분당할때 아니라 더욱 단합해야 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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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민우 신민당 총재는 8일 상오 양재동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갖고『84년 창당하면서 과연 국민이 얼마나 지지해줄 것인가 막연했던 때와 똑같은 심정』이라면서 『창당준비위원장에 초대 총재까지 지낸 나로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당을 떠날 수 없다』고 심경을 토로.
이총재는 그러면서 『비록 나의 민주화 구상에 두김씨를 비롯, 약간의 오해가 있었지만 지난달 31일 3자 회동에서 깨끗이 풀렸고 원만한 전당대회를 합심노력해 개최키로 국민 앞에 약속해놓고 말 한마디 없이 분당을 선언하다니…』라고 두김씨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두김씨는 분당을 선언하고 당사는 점거상태인데 지금 심경은.
『참으로 뭐라 얘기하기 어렵다. 당원인지 어떤지는 몰라도 이택희의원이 동원했다는 사람들이 당을 점거하고 출입통제는 물론 당직자에게 상해까지 가했다지만 그 사람들보다 보고만 있는 정부·여당의 태도가 더 한심스럽게만 느껴진다. 어떤 의미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생각해본다면 지금은 분당을 할 때가 아니라 더욱더 단합해야할 때라는 생각뿐이다.』 -3자회동이 이루어지면 어떤얘기를 할 생각인가.
『어젯밤 최형우·이중재 부총재가 왔지만 별 얘기는 없었고 인사치레정도로 지나칠만한 말을 하더라.
지난달 31일 원만한 처리에 합심 노력하기로 국민에게 약속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당을위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분당이 선언되고 나면 사실상 3자 회동은 무의미한 것 아니냐. 답답한 심정일 뿐이다.』
-이철승·이완배의원의 징계문제는.
『당이 정상화 되는대로 당헌·당규에 따라 처리할 생각이다.』 -5일째 당무마비사태가 계속되고 있는데.
『오늘중이라도 당사점거상태를 해제하지 않으면 단호한 조치를 취할 생각이며 그 내용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두김씨가 분당을 선언하고 창당작업을 한다면 남아있는 의원들과 어떻게 당을 재건할 것인가.
『분당을 막기 위해 두김씨를 만나자고 하는 것이며 해방 후 오늘날까지 많은 당이 있었으나 2·12총선을 상기해 볼 때 우리당은 국민여망에 의해 만들어진 정당으로 어떤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극복하고 여망에 부응하는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시기에 짧은 기간 만들어진 정당이 어떻게 제1야당으로 부각될 수 있었는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나는 국민여망에 부응하는 최선의 길을 갈 생각이다.』 -l분당이 사실상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없는데 그 이후의 대책은.
『그 이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은 문제며 나는 아직도 민주주의를 위해 고난의 길을 같이 걸었던 두김씨가 이만한 일로 그렇게 조급한 결정을 내렸으리라 생각하지도 믿지도 않고 있다.』
-두김씨는 왜 분당을 하려한다고 생각하나.
『선언문에 여러 가지 이유가 나오겠지만 박정희 군사 독재정권 이후 야당 분열 공작을 한두번 당한 일도 아닌데 슬기롭게 극복하고 국민여망에 부응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스럽지, 소수때문에 다수가 당을 떠난다는 것은 진실로 유감이다.』 -지구당개편대회와 전당대회 일정은 예정대로 하는 것인가.
『조금 더 관망하자. 분당해 나가더라도 어느 시기까지는 정리가 돼야 할 것 아니오. 그 이후 당으로서도 대책을 강구할 것이고….』
-이제 한 뿌리의 두 정당이 병존하게 됐는데….
『언제는 하나만 갖고 했나.』
(이총재는 피곤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목욕이나 하고 좀 쉬어야겠다』며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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