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 합병 찬성 요청했는지가 핵심…삼성 측 “주총 끝난 뒤에 대통령 독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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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3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한 것과 관련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가 압수한 물품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23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한 것과 관련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가 압수한 물품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특혜냐, 시장의 자연스러운 결정이냐. 검찰이 국민연금을 압수수색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이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검찰, 정유라 지원과 관련성도 조사
주총 3일 전 국민연금 본부장과 면담

특혜나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검찰은 크게 다섯 가지 의문점에 수사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우선 합병 비율의 적정성 여부다. 지난해 5월 26일 삼성은 물산과 제일모직(에버랜드의 전신)의 합병 계획을 발표하면서 제일모직 1주당 옛 삼성물산 0.35주를 합병 비율로 결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제일모직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어 합병 비율이 낮을수록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다. 그러나 최근 합병 비율이 1대 0.46이 적정하다는 국민연금 내부 회의록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 결의 이사회 전 한 달간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인위적 비율 조작이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제일모직은 바이오 분야를 포함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주가에 반영돼 있었고 물산은 건설과 상사가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혀 있어 가치가 떨어진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이 손실을 볼 것을 알면서도 찬성했는지도 검찰이 밝혀야 할 부분이다. 국민연금은 합병 찬성이라는 최종 결정을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연기금 운용지침 5조는 의결권 행사를 위해 외부 전문가로 꾸린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을 뿐 원칙적으로는 투자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실제로 손실을 봤는지도 논란이다. 일부 언론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국민연금의 평가손실이 590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합병 후 일부 주식을 매각한 것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의 평가손실은 2300억원가량이다. 게다가 통합 삼성물산의 주가가 높을 땐 국민연금이 평가이익을 내기도 했다.

삼성 측은 “주가가 오르내림에 따라 국민연금 보유 지분의 평가이익이 달라졌을 뿐 합병 때문에 일방적으로 손실을 봤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또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 사흘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난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은 보유 주식이 1%도 안 됐던 네덜란드 연기금도 직접 만났다. 물산 지분 11.61%를 보유해 2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을 만나 합병 필요성을 알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경영 활동”이라고 밝혔다.

홍 전 본부장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시 만남은 주식실장·리서치팀장·의결권팀장이 동석해 다양한 질문을 하고 이 부회장의 설명을 듣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측은 SK와 SK C&C의 합병(지난해 5월), 만도 분할(2014년 5월) 건이 발행했을 때도 최종 결정 전 경영진과 면담해 설명을 들은 바 있다며 이재용 부회장 면담은 통상적인 절차였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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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요청했는지, 그에 대한 대가로 정유라 승마 지원 등이 이뤄졌는지도 의혹의 일부분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10일 합병 찬성을 결정하고 17일 임시 주총에서 이를 통과시켰다.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회동은 이보다 뒤인 7월 25일 이뤄졌다. 삼성 측은 시계열상 순서가 맞지 않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찬성 대가로 지원을 논의했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전에 청와대 측과 교감이 있었는지, 합병 찬성 이후 7월 말부터 이뤄진 정유라 승마 지원이 이와 무관한지 등도 검찰 수사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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