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기|춘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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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초록빛 만삭으로
문득 강심을 질러
봄갈이(춘경) 저만치서 봇물자락 터뜨리듯 그렇게,
봄 불은 여우불로, 화냥질을 떠났더냐
언삭신 풀기 삭힌 괴사한 꽃샘바람
정이월 다가고 봄빛을 써레질하며
강지밖 설레인 소식 약비로도 젖었더냐
낮과 밤 같은 품계, 지그시 누려 밟고
옹골찬 햇살 한 줌 등솔기가 꿰진 채
필릴리 보릿고개를 어디쯤은 넘었을까
도래솔 청청한 기슭 꿈초롱을 받쳐든다
먼 동토 거슬러가 북상하는 화신따라
분계선 춘분점 너머, 제비 날길 터야지
아득한 구만리장천 꽃상여 떠나 간 길
떠도는 하얀 넋들 만장처럼 나부낀다
봄날엔 한의 무녀춤도 풀꽃으로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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