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가는’ 뉴욕타임스하고 인터뷰 안하려 했건만”…트럼프, NYT 방문 뒷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70)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기간 내내 앙숙 관계였던 뉴욕타임스(NYT) 사옥을 찾았다. 그렇지만 회동 불과 몇시간 전에 만남을 취소했다 이를 번복하는 등 트럼프 당선인 특유의 ‘미디어 길들이기’에 NYT가 당황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과 NYT 주요 인사들과의 회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트위터’를 통해 한차례 취소가 되는 등 난항을 겪었다.

일단 트럼프가 이날 새벽 3시 자신의 트위터에 NYT를 향한 기습을 시작했다. 그는 “협의 막판에 회동 조건ㆍ방식이 변경돼 ‘망해가는(falling)’ NYT와의 회동을 취소하게 됐다”고 적었다. 선거 기간 내내 트럼프에 대한 부정적 기사를 쏟아낸 NYT가 당선인과의 회동 조건도 일방적으로 바꿨다는 뉘앙스였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은 NYT를 상대로 ‘망해가는’ 이라는 형용사를 계속 붙였다. 마치 선거 당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사기꾼스러운(crooked)’ 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과 유사한 양상이었다.

그는 “망해가는 NYT가 자신들에 대한 여론 불만족도가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그 사실을 이해하겠는데, 그들은 이걸 왜 공개했을까요”라고 조롱섞인 글을 쓰기도 했다.

트럼프의 새벽 ‘트위터 공격’에 놀란 NYT는 회사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에일린 머피 NYT 대변인은 “당선인의 트위터 글을 보고서야 회동이 취소됐다는 것을 알았다”며 “우리는 회동 규칙을 바꾸려고 하지도 않았고 어제서야 당선인 측이 비보도(오프 더 레코드) 요구를 해와 거절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NYT는 “우리는 당초 약속한 회동 조건을 고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정작 회동일 아침이 되자 트럼프 당선인은 또 트위터를 통해 ‘깜짝 쇼’를 선보였다. 그는 “NYT(@nytimes)와의 미팅이 12시 30분에 열린다. 매우 기대된다”고 적었다. 글을 게시한 때는 회동을 불과 1시간 45분 앞둔 시점이었다.

여기에 트럼프는 회동 방식과 규칙에 대해서도 전부 NYT에 일임했다. NYT가 하고 싶은 대로 다 들어준다는 의미였다. NYT는 딘 베케트 편집국장 등 기자들이 참여하는 회동 자리에선 트위터 중계 등을 실시간 보도까지 했지만, 아서 슐츠버거 회장 겸 발행인과의 만남 자리는 ‘비보도 조건’을 유지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선 당선인의 NYT 사옥 방문 모습을 대중에게 공개했다.

CNN머니는 “트럼프는 일부러 회동을 취소하려는 척만 했을 뿐”이라며 “NYT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쇼”라고 설명했다.

대선 당선 후 트럼프가 NYT를 비판한건 이날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3일에도 트위터에 “NYT가 트럼프 현상에 대해 근거도 빈약하고 매우 부정확한 보도를 이어가면서 독자가 수천 명이 떨어져 나가고 있다”고 썼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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