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한 수습으로 내연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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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김 전격회동으로 분당고비는 넘어섰다지만 신민당내분은 그 후유증으로 내연이 계속되고 있다.
김대중씨가 회동결과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고 비주류측은 공세를 강화하는 등 목소리가 여러 방향으로 갈라지고 있다.
이철승의원 징계처리라는 코앞의 문제로 주·비주류간에 언제 격돌할지 알수없는 상태인데다 5월전당대회를 위한 지구당개편대회는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해결된 것 없다" 결론>
상도동계와 합공으로 이민우총재를 몰아붙이고 나아가 분당까지 내다보던 동교동계는 이총재·김영삼씨간의 극적인「화해」로 다시 상도동측과의 이해가 달라지게되자 노골적인 불만을 감추지 않고있다.
동교동계는 19일상오 계파소속의원모임인 민권회정례회의를 갖고 이·김담판에 대해 『분당의 위기를 넘긴 것은 다행이나 사실상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걸론지었다.
김고문이 당권문제에 집착하다보니 노선문제를 양보했고 아울러 분당의 요인으로 꼽았던 이철승의원 징계처리와 이완희·조연하·김옥선의원등의 문제도 그대로 상존 시켰다는게 동고동측의 불만이다.
결국 이러한 불만은 이총재와 김고문의 갈등을 노선대결로 몰아가면서 분당작업에 박차를 가하다가 「무우캐다 들킨격」이된데 대한 아쉬움과 상도동측에 대한 배신감이 곁들여진 것이라고 분석하는 이도 있다.
『전당대회가 잘 되겠느냐』고 동교동계의원들이 입을 모으고 있는 것도 상도동계를 겨냥한 것. 당권이란 고리로 상도동쪽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자기들의 목표를 향해 다시 시작할 채비.
이들은 이철승의원 징계처리를 강력히 요구함으로써 이총재와 상도동계에 부담을 안겨주고 당노선정비문제도 다시 부각시킬 작정이다.

<징계강행 방안 강구>
상도동계는 이·김담판직후 『이총재의 재임중 합의개헌추진에 쇄기를 박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김대중씨의 노골적인 불만때문에 무거운 분위기.
상도동계 중진들은 『앞으로나가도, 뒤로 나가도 욕먹는꼴이 됐다』『야산넘으니 험산』 이라는 등 앞으로의 어려움을 걱정하고 있다.
이총재와의 관계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러운데다 김대중씨로부터의 불만을 부담으로 안게됐으며 서명작업의 강공속에 수그러들었던 비주류·중도가 전당대회를 겨냥, 강한 공격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상도동계는 이총재에겐 부자 몸조심하는 격으로 계속 유화작업을 벌이고 동교동계를 조심스럽게 달래가면서 전당대회 고지를 향해야할 판이다.
이와 함께 비주류측의 도전에 대비, 이의원 징계문제를 밀어붙여 동교동목과 발을 맞추는 방안도 강구중이다.

<실세만회노려 강공>
비주류측은 이·김회동을 계기로 실세만회의 전환점을 찾은 듯 기세를 회복하는 눈치.
이들은 이번 싸움이 주류측, 특히 당권장악에 집착한 상도동계의 과욕에서 비롯해 결국 이민우총재의 판정승으르 끝났다고 보고있다.
따라서 두김씨의 실세확인 못지않게 그들의 한계도 노정한 이번 사태는 결과적으로 두김씨 퇴조론을 부추기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고 비주류측은 전당대회에서의 한판승부를 겨냥하고 있다.
이들은 김고문이 이총재에게 사실상의 강서를 썼다고 보고 따라서 김고문의 총재무혈입성은 좌절됐으며 그만큼 비주류측의 입지가 넓어졌다고 보는 것이다.
그 근거로 이·김회동결과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한 김대중씨와 김영삼씨간의 갈등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을 들고있다.
따라서 이들은 상도동측이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라도 이의원등의 징계문제를 들고나올 것으로 전망하면서 역공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징계문제 당사자인 이철승의원측은 『만일 주류측이 끝까지 관철하러하면 당을 같이안해도 좋다는 생각』이라고 배수진. 이들은 주류측이 강공으로 나오면 실력저지도 불사한다는 생각이지만 상도·동교동간의 갈등을 표면화시키기 위해 협상을 제의하는등 연공방안도 고려중.
그러나 비주류측은 그야말로 십인십색이어서 징계문제에 대처하는 공동전선을 형성할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
다른 계파들은 돌아가는 사정을 봐가며 전당대회준비나 해두자는 정도인 것 같다.
김재광의원은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은 누가 질것이냐』고 3자퇴진론을 펴며 『무혈입성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주장. 이들은 대의원들을 직접 만나는 등 저인망 득표작업을 벌이는가하면 전당대회에서의 비주류연합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택부총재계도 『구시대구인물의 작태는 이번으로 끝나야 한다』며 새인물론을 계속 주장.
박한상·이택희·이택돈의원 등 당풍쇄신파는 이번 사태가 이총재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난만큼 이총재의 재추대를 추진하고 두김씨를 끝까지 물고늘어진다는 생각인 것 같다.

<당내분위기 복원노력>
이총재는 18일 하루 휴식을 취한후 19일부터 당사로 정상출근하는 등 그동안 수세에서의 실지만회와 당내분외기복원에 애쓰고 있다.
이총재측근들은 이번 담판으로 이총재의 입장이 어느정도 강화됐다고 판단, 앞으로 당운영에 있어 보다 독자적이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귀띔하고 있다.
이와관련, 당의 한관계자는『이총재와 김고문의 싸움은 이총재의 우세승으로 끝나 김고문이 이총재의 짐을 도맡아지게된 셈이지만 진짜 판정패한 쪽은 동교동쪽』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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