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21서 38대36…한국 럭비의 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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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존 월터스(44·뉴질랜드·사진)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럭비대표팀(15인제·세계 28위)이 21점 차의 열세를 극복하는 대역전극을 펼치며 칠레(27위)를 이겼다. 럭비대표팀은 지난 20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칠레와의 인터내셔널 테스트 매치 2차전에서 전반을 0-21로 뒤지다 후반 들어 38-36 역전에 성공했다.

뉴질랜드 출신 감독 팀 체질 바꿔
칠레와 테스트 매치서 역전승

대표팀은 지난 4월 럭비 강국 뉴질랜드(1위) 출신 월터스 감독이 부임한 후 향상된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열린 아시아 세븐 시리즈(7인제) 3차 대회에서는 일본(11위)을 45-11로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월터스 감독은 한국 럭비가 뽑은 첫 번째 외국인 감독이다. 월터스 감독은 지난 2007년부터 2년 간 홍콩 남자 국가대표(15인제) 감독을 지냈고, 2014년에는 일본 톱리그 NTT 도코모의 코치를 맡았다. 월터스 감독은 다양한 선수를 발굴하고, 체계적 체력 관리 시스템 및 훈련법을 도입해 대표팀의 전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럭비협회는 2019년 일본에서 열리는 럭비 월드컵과 2020년 도쿄 올림픽 본선 진출을 목표로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 8월 리우 올림픽에서 7인제 종목이 1924년 파리 올림픽 이후 92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한국 럭비도 활력을 찾았다. 일본이 지난해 영국 럭비 월드컵에서 강호 남아프리카공화국(4위)을 꺾는 등 3승을 기록하며 세계의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도 자극이 됐다. 칠레와 치른 인터내셔널 테스트 매치는 축구의 국가대항 친선전인 ‘A매치’와 같은 경기다. 매년 6월과 11월 국제럭비연맹의 승인 아래 전 세계에서 일제히 경기가 열린다. 대표팀은 협회 창설 후 최초로 칠레와 지난 15일과 20일 두 차례 친선전을 벌였다. 한국은 1차전에서 12-30으로 졌지만 2차전에서 승리하며 1승1패를 기록했다. 이 대회 결과는 세계 랭킹 포인트에도 반영된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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