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교양] '고전, 끝나지 않은 물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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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끝나지 않은 물림/정진흥 지음, 강, 1만원

종교학자인 정진홍(66)씨는 고전(古典)을 "한 번 읽고 덮을 수 없는 책"이라고 푼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그에게 거듭 되읽을 수 있는 책, 그의 표현을 빌리면 '되읽은 처음 읽음'의 경험을 주는 책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책에 '사로잡히는 일'을 즐거워하는 그가 평생 되읽어온 고전 여덟 편을 골라 독후감을 썼다. 러시아 작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부터 고려시대 스님 일연이 남긴 '삼국유사'까지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떠돈 시간여행은 그에게 '회상의 존재론'을 불러왔다.

"사람은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말에 덧붙여 선배가 "고래 이야기야, 흰 고래!"라고 말했던 허먼 멜빌의 '모비딕'에 대한 추억은 정확히 45년 전 어느 날 오후, 마로니에 나무 밑의 그림자와 함께 왔다고 그는 기억한다.

책 읽기를 마치자 갑자기 주인공이 내뱉던 독백과 모든 소음이 연극이 끝난 것처럼 사라져버린 셰익스피어의 '햄릿', 책 읽기가 출산이라는 걸 가르쳐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등 그를 독서 삼매에 빠뜨린 고전들이 긴 여운을 남긴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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