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문전박대한 경북대생, 문재인에게는 열렬한 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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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1일 경북대를 찾아 "국민은 촛불로 퇴진운동을 계속해 나가고, 정치권은 이와 병행해 탄핵절차를 밟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경북대에서 개최한 '대구지역 대학생들과 함께 하는 시국대화'에서 "정치권이 여러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주저했으나 검찰 발표로 선택의 여지가 없어졌고 탄핵사유가 넘쳐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박 대통령이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은 촛불 민심에 맞서겠다는 것"이라며 "탄핵 의결이 수월하도록 탄핵안 발의에 새누리당 의원도 대거 참여시킬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쉽게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에게 연민의 정도 느끼며 지금이라도 명예롭게 물러날 길을 택했으면 좋겠다"며 "스스로 퇴진하겠다고 선언하고 국정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국회와 협의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정치가 박 대통령의 헌법유린, 국정농단 등을 막고 바로잡아야 하는데 제 역할을 못해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거리에 나섰다"며 "한 치 앞을 알 수 없지만 이겨내기 위해선 국민의 지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문 전 대표가 찾은 경북대 캠퍼스에는 대학생, 고등학생, 시민 등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문 전 대표를 반겼다.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문 전 대표에게 기념촬영을 하자고 부탁했고, 문 전 대표는 일일이 응해줬다.

문 전 대표는 캠퍼스 구내식당에서 학생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SNS에는 문 전 대표와 찍은 수많은 사진이 올라왔다.

문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온라인 당원이라고 밝힌 학생들에게 "다른 분들도 당원으로 많이 좀 모셔달라"고 부탁했고,  기념촬영을 위해 꽃받침 포즈를 취해달라는 고3 여학생의 부탁에 스스럼없이 응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5일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경북대에서 열린 '제4차 산업혁명 세미나'에 참석하러 대학을 찾았다가 봉변을 당했다.

문 전 대표의 방문과는 무척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김 전 대표가 캠퍼스에 들어서자 한 학생은 "새누리당 의원이 여길 뭐 하러 오느냐. 경북대가 왜 이렇게 됐느냐. 학교에 김무성을 초대해서 지금 이게 뭐하는 거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학교 건물 안에는 "당신도 근혜씨랑 친했잖아요" "탄핵이라는 큰 그림 그리지 말고 노후를 그리세요" "그냥 같이 손잡고 나가세요" 등의 비난 문구가 담긴 벽보가 붙기도 했다.

당시 김 전 대표는 "학생들 말 그대로 저도 최순실 사태를 막지 못한 공범 중 한 사람이다. 깊이 자성하면서 죄인 된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를 문전 박대했던 경북대생들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열렬히 환대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었던 대구의 민심마저 완전히 등을 돌렸음을 보여주는 것이란 해석이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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