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후원, 대학교수 등 특혜에 흔들리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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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 전 차관을 만날 당시) 너무 높은 분이라 무서웠다. 긴장을 많이 했다."

수영스타 박태환(27)이 21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리우 올림픽 출전을 두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박태환은 일본 도쿄 시내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전 차관과의 만남에 대해 제 입으로 이야기하는 건 어렵다"며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안 좋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올림픽에만 출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런 상황에서 높은 분을 만난 자리라 긴장을 많이 했다. 그래서 그 분이 말씀하신 내용들이 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차관으로부터) 기업 후원이나 대학 교수 관련된 얘기가 나왔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 부분에 흔들림이 있었다면 올림픽에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며 "경기력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고 있었던 때라서 올림픽에 나가는 것만 생각했다. 올림픽에 나가면 메달은 모르지만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박태환은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 당시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되면서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선수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 3월 FINA 징계는 끝났지만 대한체육회가 만들어 놓은 이중징계 논란으로 속앓이를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이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두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국가대표 선발 규정은 2014년 7월 개정됐다. 당시 정부는 승부조작, 입시비리, 조직 사유화, 폭행 등 스포츠계에 일어나는 각종 비리를 타파하는 '스포츠 4대악 근절'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대한체육회는 그에 따라 '금지약물 복용으로 적발된 이는 3년 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규정을 넣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박태환은 그해 9월 약물 복용이 적발돼 이 규정에 발이 묶이는 신세가 됐다.

이에 박태환은 지난 3월 징계 만료 후, 대한체육회의 이중징계를 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5월25일 김 전 차관을 만났다.  그리고 이 만남에서 김 전 차관은 박태환을 만나 뜻을 굽히지 않고 올림픽 출전을 강행할 경우 각종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태환은 "김 전 차관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게 제 입장에선 쉽지 않다.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박태환은 일본 도쿄 다쓰미 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에서 4관왕(자유형 100·200·400·1500m)에 올랐다. 박태환이 국제대회 4관왕에 오른 것은 2012년 6월 미국 산타클라라 국제그랑프리(자유형 100·200·400·800m 금) 이후 처음이다. 자유형 100m(48초57), 200m(1분45초16)에선 이 대회 신기록을 세웠다.

특히 200m 기록은 지난 8월 열린 리우 올림픽 남자 자유형 200m 채드 르 클로스(남아프리카공화국·1분45초20)보다 앞선다. 리우 올림픽 이 종목 금메달리스트 쑨양(중국)이 세운 1분44초63에 이어 올해 세계 2위 기록이기도 하다. 쑨양은 이번 대회에 나오지 않았다.

박태환은 "오랜만에 시상대에 올라가서 애국가를 들으니까 기분이 남달랐다. 훈련 겸 출전한 대회인데 좋은 결과를 얻어서 기쁘다"며 "안 좋은 일들이 있었지만 끝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 기간이 4년이나 남아서 훈련 여건이나 상황이 좋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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