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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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얼마전 일본에 가서 무심코 「국민학교 운운」했더니 처음에는 듣는 쪽에서 무슨 말인지 의아해 하는 눈치였다.』
최근 어느 시인의 글에 나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 「국민학교」란 말을썼던 일본사람들은 지금 그걸 쓰지않고 있다. 대신「소학교」라고 쓴다.
「국민학교」란 명칭은 일본인들이 특히 전시체제하의 일본 황도정신을 수련, 고양하기위해 만든 것이다.
1941년 3월31일 「국민학교규정」이 공포되었을 때 일본인들은 소학교를 「국민학교」로 고쳤다.
그때 이 땅의 소학교에서 수의과목으로 존속했던 「조선어」 교과도 완전 페지되었다.
「국민학교규정」 제2조는 「교육의 전반에 걸쳐 황국의 도를 수련시켜, 특히 국체에 대한 신념을 공고히 하여 황국신민다운 자각에 철저하도록」하는 교육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래선지「국민학교」란 명칭에는 일본의 전체주의, 제국주의, 군국주의, 침략주의의 구현이란 교육이념의 냄새가 물씬 난다.
일정하에서 우리 나라에 처음 실시된 초등교육은 보통학교였다. 1906년에 관립보통학교 9교, 공립보통학교 13교가 설립됐다. 30년대 후반부턴 그것이 심상소학교가 되었었다.
실상 소학교란 말은 지금 일본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한자 사용국인 중공과 대만도 모두쓰고 있다.
「소학」은 원래 중국 고래의 초등교육기관의 이름이었다. 또 그것은 송대의 유학자 주자의 가르침을 편찬한 유자징의 책이름도 된다.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예법과 수신도덕의 격언을 모은 이 책은 우리나라 서당교육의 기본학습서가 됐었다.
또 영어로 「Primary School」이나 독어「Elementar-schule」도 모두 초급학교, 기초학교란 의미에서「소학교」와 통한다.
「소학교」는 중등교육이나 고등교육에 대해 기초교육단계라는 개념이 분명하다.
그렇지않아도 일제때 「국민학교」에선 일본어, 도덕, 역사, 지리를 몽땅 합친 「국민과」 과목을 가르쳤다. 한때는 교사가 긴 칼까지 차고 위세를 부렸다.
엊그제 교육개혁심의회가 「국민학교」의 명칭을 「소학교」로 개칭하려는 의견을 모은 것은 의미깊다. 일제군국의 잔재는 하루빨리 씻어버리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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