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작년 7월 이어 올 2월에도 4대 그룹 총수 독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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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에 이어 올해 2월에도 4대 그룹을 포함한 재계 총수들을 독대하고 정부의 사업에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에 추가 지원 요청 잇따라
검찰, 조원동 자택 압수수색

14일 검찰과 재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17일 열린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전후로 삼성전자 이재용(48) 부회장, 현대차그룹 정몽구(78) 회장, SK 최태원(56) 회장, LG 구본무(71) 회장 등 4대 그룹 회장을 개별 면담했다. 이들에게는 ‘취임 3주년을 맞아 정부의 경제정책 등을 설명하고 논의하는 자리’라는 초대가 왔다.

문제는 이 직후 기업들에 대한 추가 지원 요청이 잇따랐다는 점이다. 정현식(63)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씨의 지시를 받고 올해 2월 29일 SK를 찾아가 추가로 80억원의 투자를 더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증언했다. 또 K스포츠재단이 롯데 측에 접근해 추가로 70억원 지원을 요청한 것도 올해 3월이었다. 롯데는 70억원을 송금했으나 그룹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 수사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6월 9일께 돌려받았다.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은 당시 해외 출장 중이어서 3월에 귀국해 박 대통령을 만났다고 한다.

이 중 최 회장(당시 수감 중)과 신 회장을 제외한 총수 3명은 지난해 7월 말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독대했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검찰은 재계 총수들이 박 대통령과 2차 독대한 사실을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서 압수한 업무일지에서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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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검찰은 이날 이미경(58) CJ그룹 부회장에게 퇴진 압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조원동(60)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언론에 나온 녹취록에 따르면 2013년 말 조 전 수석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 부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검찰은 조 전 수석을 금명간 소환조사한 뒤 박 대통령을 상대로도 그런 지시를 실제 했는지 캘 계획이다.

윤호진·김나한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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