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러고도 여당이라 할 수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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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요즘 민주당은 그야말로 콩가루 집안이다. 뭉치기는커녕 삿대질에 욕설, 비아냥에 음모론이 판친다. 중진들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막말은 위험수위를 넘은 지 오래다. 여당으로서의 책임의식은 눈을 씻고도 찾을 길 없다. 아예 국민에 대한 두려움을 잊어버린 정당 같다.

집권 6개월도 안된 여당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다. 물론 盧대통령이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있다. 청와대와 신주류가 신당 창당을 추진하면서 정치적 생존을 위협받는 쪽에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말이 험해졌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또 청와대가 아예 당정협의를 하지 않는 데 따른 불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절제되지 못한 말은 그 내용에 상관없이 설득력을 잃게 된다.

여당의 원내 사령탑인 정균환 총무의 발언은 대표적 사례로 꼽을 만하다. 그는 전북 부안군 위도의 핵폐기장 건립과 관련, "현 정부는 부도덕한 정부"라거나 "위도 주민들에게 현금 보상을 한다고 했다가 국무회의에서 이를 없던 일로 한 것은 사기"라고 비난했다.

부안은 鄭총무의 지역구이긴 하다. 또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지적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여당 총무가 대통령을 향해 '부도덕'이니 '사기'니 연일 막말을 쏟아내면 어쩌자는 것인가.

추미애 의원이 "부안군민을 공권력으로 짓밟은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로 회귀한 것"이라고 한 데 이어 "산자.행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내야 한다"고 나선 것도 희한한 풍경이다. 여야가 뒤바뀐 듯하다.

"대통령이 아니라 소통령이 돼간다는 말이 있다"는 김성순 의원의 발언은 또 어떻게 된 것인가.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발언은 오히려 점잖은 축에 들어간다.

새 정부 들어서부터 지금까지 당내 싸움으로 세월을 보내고 이제는 자기당 출신 대통령에게 당 중진들이 막말을 해대니 역겹다 못해 불쌍하다. 내부가 이 모양이니 '통합신당'이니 '리모델링'이니 떠들어도 누가 믿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