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중자컬러미술기행<1>뉴올리안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뉴올리안즈는 따뜻했다. 이 도시의 복판을 뚫고 배에서 남쪽미시시피해안까지 뻗은 간선노인 카나르 스트리트를 경계로 우측(서쪽) 이 어느 도시와 다를바 없이 빌딩숲을 이룬 비즈니스가인가하면 반대쪽은 붉은 기와의 고색이 창연한 목조건물이 운집한 서구풍 옛도시 모습을 그대로 남기고 있었다.

<시넌와 옛모습 그대로>
18세기경 프랑스와 스페인인이 개설한 이 구역을 프렌치쿼터라고 불렀다.
프렌치쿼터의 중심에 우뚝 서있는 세인트루이스사원을·바라보니 「테네시·월리엄즈」 의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의 주인공 「블랜치」가 『그 둔소리밖에 프렌치쿼터에는 청결한게 없다』고 히스테리컬하게 외친 소리가 바람을 타고 심수에 울리는듯 했고, 건너편엔 「유니스」 (「블랜치」의 여동생인 「스텔라」 의 친구)가 포도를 사왔다는 지저분하지만 뭔지 친근감이 감도는 프렌치 마키트가 있다.
때마침 세인트루이스 사원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나온 백인신랑 신부와 회색인드레스 차림의 어여쁜 들러리들이 몇대의 리무진에 올라타고 사라지는 풍경이 영화 『대부』의 한 장면을 연상시켜 주었다.
방원앞길 공이주위 잭슨스퀘어에는 말 탄 모습의 「잭슨」청동상이 있고 양광을 받아 빤짝거리는 태산목등 많은 거목들의 이파리가 울창했다. 태산목의 향기로운 꽃은 이곳 루이지애나주화인지 호텔이나 거리에 세워진 크리스머스트리마다 하얀 지화가 아름드리 달러있어 내 눈길을 끌었다.

<태산목등 거목 울창>
잭슨스퀘어는 왁자지껄 했다. 공원의 울타리는 거리의 화가들의 그림전시장이었고 관광객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거리의 아틀리에이기도 했다. 그 거리를 누비고 재즈음악이 시끄럽게 들려온다. 「루이·암스트롱」 이 『재즈가 언제 생겨났으며,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한평생 연구해도 알수 없을 것이다. 재즈는 축제나 장례식등에서 자연히 발생한 것이다』 라고 했던 요란스러운 가락들을 거리의 흑인 악사들이 돈 받는 상자를 앞에 놓고 이곳 저곳에서 연주하고 있고, 한구석에서는 혼자서 허리를 굽혀가며 색서폰을 본때 있게 불고있는 광경도 눈에 띄었다.
또 관광마차 바퀴소리 역시 요란했는데 공원 앞길은 마차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인지 한 코스 돌고온 말들은 대열을 짓고 다음차례를 기다리는데 총지휘자인 듯 싶은 검은 사나이가 『「카렌」앞으로!』 을 몇번 외쳤지만 지친 말은 못들은채 큰 눈을 스르르 감더니 반응이 없었다.
나는 「카렌」 이 반항하는 기분을 이해할수 있을것 같았다. 「카렌」의 목과 허리에는 가죽줄이 칭칭 감겨있고 우뚝선 양귀엔 무겁도록 꽃으로 장식한 밀짚모자를 씌워놓아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시끄럽게 붐비는 잭슨스퀘어를 빠져나온 나는 2백년 묵은 어느 호화 저택이 공개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그곳을 찾아 프렌치쿼터의 일부인 호젓하고 사람 하나 볼수 없는 낡은 주택가로 들어갔다.

<2백년된 유령의집>
유난히 해가 부셔서 모든 것이 하얗게 보이는 것인지 흡사 트랜시버 작용으로 혼자 먼 과거로 떨어진 기분이었다. 그곳에서 유령저택을 방불케하는 집을 찾기는 했지만 문은 꼭 닫혀있었고 이웃집들도 매가라 씌어진 텅빈집이 많았다. 사람도 볼수 없고 뭔가 시간이 정지돼 생활의 리듬을 느낄수 없는 이상한 거리였다.
어디선가 송아지만한 흑견 한마리가 느닷없이 나타나 유정하게 다가서는 나를 힐끗 보더니 길바닥에다 커다란 똥덩어리를 남겨놓고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