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치유할 수 없는 불안과 함께 사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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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몽키 마인드
대니얼 스미스 지음
신승미 옮김, 21세기북스
280쪽, 1만5000원

저자의 생각은 단 여덟 단계 만에 죽음으로 가서 닿곤 했다. ①나는 불안하다 ②집중을 못하겠다 ③그러니 직장에서 실수를 할 거다 ④해고당할 거다 ⑤집세를 낼 수 없다 ⑥집세를 내기 위해 매춘을 해야할 것이다 ⑦에이즈에 걸릴 것이다 ⑧죽게 된다.

불안한 생각은 간단하게 필자를 덮친다. 10대부터 30대인 지금까지 계속해서 앓고 있는 병, 불안장애다. 그 근원을 찾아 나선 후 끄집어낸 기억은 다양하다. 세 살에 연못에 빠졌다 구조된 이후 화장실 변기가 무서워졌다. 10대에 우발적 성관계를 어머니에게 고백하고 들었던 단어, ‘강간’은 끈질기게 그를 괴롭혔다. 어쩌면 가족 때문인지도 모른다. 저자의 어머니 또한 평온하지 못한 성격이었고 형은 자신이 늘 병에 걸려있다는 건강염려증에 빠져있었다.

결정적 근거를 찾지 못한 채 불안장애는 그의 삶에서 계속 떠돈다. 저자는 병을 극복하지 못했다. 다만 불안을 파헤치면서 분명해진 것은 불안장애가 평생 계속될 거라는 생각, 그리고 그걸 만들어내는 게 자신이라는 깨달음 정도다. 그는 결국 불완전하다못해 너덜너덜해진 자신을, 완치를 포기한 채 끌어안고 살아간다. 불안장애를 앓는 사람에게만 도움 될 이야기는 아니다. 흠집 투성이인 스스로를 껴안고 평생 살아야 하는 우리 모두가 들어볼만한 스토리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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