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대학생 칼럼

꿈을 갖는 게 꿈이 된 아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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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성명준 동국대 화학과 3학년

성명준
동국대 화학과 3학년

1학기 때 다녀온 중학교에 얼마 전 다시 갔다. 교육 봉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을 보니 학업과 취업에 대한 부담감이 절로 씻겨 나가는 듯했다. 첫 시간은 멘토-멘티 결연식이었다. 1학년 학생이 내 멘티였다. 16개 항목으로 구성된 질문지를 채운 뒤 멘티와 서로 바꿔 보며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질문 가운데 “꿈이 뭐냐”는 게 있었다. 멘티의 답은 ‘공무원’이었다. 이유를 물어봤다. “안정적이고 일을 많이 하지 않아서요.” 내심 놀랐다. 취업을 앞둔 내 꿈과 같았기 때문이다. 안타깝기도 했다. 한창 호기심이 많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을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하다니….

봉사를 마치고 ‘내가 중학교 때는 어땠지?’라고 자문했다. 10년 전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많은 학생이었다. 변호사도 되고 싶고, 과학자도 되고 싶고, 대기업 총수도 되고 싶었다.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10년 전 우리는 꿈이 많지 않았느냐”고, 마치 따지듯이 말했다. 예상한 대로 다들 어렸을 때는 다양한 꿈을 가지고 있었노라고 대답했다. 10년이란 시간의 차이는 어느새 아이들의 꿈마저 바꿔 놓은 듯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통계청이 발표한 ‘2016 청소년 통계’ 자료를 봤다. 직업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수입을 선택한 학생이 27%, 안정성을 선택한 학생이 22.8%였다. 두 가지를 더하면 절반에 가까운 학생이 수입과 안정성을 직업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유야 뻔하다.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취업 경쟁과 경제 불황이다.

꿈에는 긍정과 부정을 오가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이다. 많은 학생과 청년이 이 단어를 매혹적으로 느끼는 이유일 것이다. 둘째는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작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이다. ‘꿈 깨라’ ‘허황된 꿈을 꾸지 말라’고 할 때의 의미다. 갈수록 긍정적 꿈의 의미는 쪼그라들고 부정적 의미가 크게 다가온다.

꿈은 자신이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즐겁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만족감이나 행복도 커진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느껴진다. 사춘기가 채 안 된 중학생조차 공무원이나 의사라는 직업을 꿈과 동일시한다. 그 직업의 본질이 아니라 현실적 대가로 판단한다. 그런 아이들이 자라서 만들 대한민국은 창의적이지도, 행복하지도 못할 것이다. 봉사를 할 때마다 마음속에 행복감과 안타까움이 어지러이 교차한다.

성명준 동국대 화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