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때 다녀온 중학교에 얼마 전 다시 갔다. 교육 봉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을 보니 학업과 취업에 대한 부담감이 절로 씻겨 나가는 듯했다. 첫 시간은 멘토-멘티 결연식이었다. 1학년 학생이 내 멘티였다. 16개 항목으로 구성된 질문지를 채운 뒤 멘티와 서로 바꿔 보며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질문 가운데 “꿈이 뭐냐”는 게 있었다. 멘티의 답은 ‘공무원’이었다. 이유를 물어봤다. “안정적이고 일을 많이 하지 않아서요.” 내심 놀랐다. 취업을 앞둔 내 꿈과 같았기 때문이다. 안타깝기도 했다. 한창 호기심이 많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을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하다니….
봉사를 마치고 ‘내가 중학교 때는 어땠지?’라고 자문했다. 10년 전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많은 학생이었다. 변호사도 되고 싶고, 과학자도 되고 싶고, 대기업 총수도 되고 싶었다.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10년 전 우리는 꿈이 많지 않았느냐”고, 마치 따지듯이 말했다. 예상한 대로 다들 어렸을 때는 다양한 꿈을 가지고 있었노라고 대답했다. 10년이란 시간의 차이는 어느새 아이들의 꿈마저 바꿔 놓은 듯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 청소년 통계’ 자료를 봤다. 직업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수입을 선택한 학생이 27%, 안정성을 선택한 학생이 22.8%였다. 두 가지를 더하면 절반에 가까운 학생이 수입과 안정성을 직업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유야 뻔하다.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취업 경쟁과 경제 불황이다.
꿈에는 긍정과 부정을 오가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이다. 많은 학생과 청년이 이 단어를 매혹적으로 느끼는 이유일 것이다. 둘째는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작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이다. ‘꿈 깨라’ ‘허황된 꿈을 꾸지 말라’고 할 때의 의미다. 갈수록 긍정적 꿈의 의미는 쪼그라들고 부정적 의미가 크게 다가온다.
꿈은 자신이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즐겁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만족감이나 행복도 커진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느껴진다. 사춘기가 채 안 된 중학생조차 공무원이나 의사라는 직업을 꿈과 동일시한다. 그 직업의 본질이 아니라 현실적 대가로 판단한다. 그런 아이들이 자라서 만들 대한민국은 창의적이지도, 행복하지도 못할 것이다. 봉사를 할 때마다 마음속에 행복감과 안타까움이 어지러이 교차한다.
성명준 동국대 화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