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화장실서 미성년자 용변 훔쳐본 남성 '성폭력은 무죄'…그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병원에 있는 여자화장실에 침입해 있다가 19세 여성이 옆칸에 들어와 옷을 벗는 모습을 훔쳐본 남성이 성폭력범죄특례법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건조물침입과 절도죄가 인정돼 징역형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광주지법 형사3단독 성인혜 판사는 건조물침입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7월을 선고한다고 11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사기죄로 징역 1년 2월을 선고받은 A씨는 광주교도소에서 지난 5월 만기 출소했다.

출소 후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아 A씨는 다시 범죄의 수렁으로 빠졌다. A씨는 6월 초 저녁 시간 무렵 광주광역시에 있는 한 병원 1층에 있는 여자화장실에 침입했다. 기다리던 A씨는 피해자 B양(19)이 옆 칸으로 들어오자 변기를 밟고 올라가 B양이 하의를 벗는 모습을 훔쳐봤다. 이후 A씨는 며칠 뒤 광주광역시의 한 식당에서 1만8000원과 지갑(20만원 짜리) 등을 훔쳤고, 훔친 지갑 속 체크카드로 ATM 기기에서 11만원을 인출했다.

법원은 성폭력특례법상 ‘성적목적공공장소침입’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폭력특례법상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중화장실 등에 침입한 행위’를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면서 “병원화장실은 법에 열거된 공중화장실ㆍ개방화장실ㆍ이동화장실ㆍ간이화장실ㆍ유료화장실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일반인들이 이 병원 화장실을 사실상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법에 병원화장실이 열거되지 않아 처벌을 할 수 없는 것은 입법에 의하여 해결되어야 할 것이지, 형벌 법규를 확장ㆍ유추해석하여 대응할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다만, A씨는 절도와 건조물 침입죄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돼 징역 7월이 선고됐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