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레터] 글로벌 헛발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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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빗나갔습니다. 브렉시트에 이어 이번에도 여론조사는 반대편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언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클린턴 당선확률 95%라던 한 미국언론은 개표 후반부 트럼프 당선확률 95%라고 보도하더군요. 언론으로선 굴욕적입니다. 국제적인 명성의 권위지라는 곳이 그랬습니다. 미국 언론 비판하려는 게 아닙니다. 한국 언론과 여론조사도 다를 바 없습니다. 지난 총선 결과를 제대로 전망한 곳이 있었나요. 이런 헛발질은 글로벌 현상인 듯합니다.

민심, 여론, 대중 또는 국민, 뭐라 부르든 사회구성원 다수가 공유하는 생각이나 의중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걸 통계적으로 정리하려는 게 여론조사이고, 그걸 묻고 물어 헤집어 보려는 게 언론 취재입니다. 그런데 선거 결과에서 드러나듯 언론·여론조사는 엉뚱한 곳을 짚었습니다. 실체와의 유리(遊離)입니다. 이 때문에 큰 선거를 거칠 때마다 언론과 여론조사의 신뢰도는 뚝뚝 떨어집니다.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언론과 여론조사의 반성과 성찰이 없다면 말입니다.

해외 언론계에선 선거 다음날부터 그런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얼 윌킨슨 대표가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그는 INMA 홈페이지 기고문에서 이제 주류언론은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다수의 새 디지털 매체들이 등장해 그들만의 목소리를 내고, 그들만의 청중들을 대변하는 시대가 됐으니, 모든 여론을 커버하려는 기존의 대형 주류매체는 힘을 잃고 말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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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은 잘 분석했지만, 정답은 더 고민해야 할 듯합니다. 종전의 표피적인 취재나 조사로는 부분을 보고 전체라고 오해하는 잘못을 되풀이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하늘이 푸르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온 지구를 다 돌아다닐 필요는 없습니다. 두 극단 사이의 어디쯤에서 균형을 잡느냐가 고민거리입니다. 저마다의 의견, 저마다의 팩트가 난무하는 가운데 오직 하나인 진실을 찾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의 승리는 언론의 반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주류의식, 기득권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곧 화석이 되고 말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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