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없는 높은격조의코미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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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극단 부활의 『토끼와 포수』(박조열작·김병훈연출·엘칸토예술극장)는 1시간30분의 공연시간동안 부담없이 웃을수 있는 수준높은 코미디다.
배우들의 과장된 행동이나 억지로 꾸며내는 목소리 따위와 같은 답답하고 거부감을 주는 요인들과 만나지 않고, 대사의 재미와 극의 전개에만 의해 폭소를 터뜨릴수 있기 때문이다.
박조열이라는 작가의 꽉 짜인 작품에 저질의 코미디에서 흔히 보이는 과장을 애써 억제하려는 연출가의 노력이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에 이 작품은 무대에서 살아났다고 하겠다.
작품의 내용은 간단하다. 노총각인 화가가 포수가 되어 한사코 재혼하지 않으려는 미망인 토끼를 결혼으로잡아들인다는 것이다. 이들의 결혼을 미망인의 딸과 그의 애인인 곤충학자가 도와준다.
이들이 보이는 세련된 대사와 델리케이트한 심리묘사가 이 연극을 감성적 호소력을 갖는 풍속적 차원의 하이 코미디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결코 심각한 메시지를갖고 있지 않다. 다만 연극을 다 보고나서 곱씹어 생각할수 있다면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매력있는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저돌적이면서 순진한 화가포수와 그사람에 무너지는 미망인토끼, 그리고 순수·정직의 전형이어서 오히려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곤충학자등 등장인물 모두가 이 메마른 세상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인간적 진실을 지닌 사람들이라는 와 닿음이다.
이번 연극은 젊은 연출가 김병훈씨가 연출을 맡고 유영환·정혜승·조용태·안범균·정혜정·이범우씨 등 젊은 연기자들이 출연하는데, 젊은이들다운 연기가 신선함·발랄함과 조화를 이뤄 새맛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것 같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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