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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전쟁과 원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올해들어 연초부터 세계 주요 외환시장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뉴욕은 물론 동경·유럽 외환시장에서는 일본엔, 서독마르크, 미국달러등 선진국들의 통화시세가 등락을 거듭하여 이들 통화의 균형환율을 전망하기가 극히 어렵다.
지난해에는 미달러, 일본엔의 환조정이 주로 문제가 되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서독마르크, 프랑스의 프랑시세도 급변해 주요선진국 통화가 모두 휩싸인 통화불안이 계속되고있다.
미달러는 외환시장에서 연이어 시세가 폭락하고 이에 따라 일본엔, 서독마르크는 덩달아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통화동향은 세계경제에 큰 변수의 하나이기 때문에 주시하지 않을수 없다.
현재의 통화불안은 지난해 경제의 결산과 올해 전망에 따라 야기되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은 계속경제가 수렁에 빠지고 있어 달러가 약세일 수밖에 없고 국제수지가 더 개선되는등 상대적으로 끄떡없는 일본·서독등의 통화는 강세로 치닫고 있다. 국가간 경제불균형이 환시세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재작년 9월 선진5개국(G5) 재무장관회의를 계기로 선진국간 경제의 불균형, 특히 무역불균형을 통화조정을 통해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뜻대로 되지않고 있다.
미달러는 지난해 일본엔, 서독마르크에 20%이상 절하되었으나 미국의 무역적자는 85년 1천5백억달러에서 작년에는 1천7백억달러로 늘었다.
미국의 무역적자 확대, 유럽역내 경제불균형에 따른 구주통화의 동요등으로 지난해 연말부터 불기 시작한 엔고, 달러약세 현상은 지금 걷잡을수 없는 상태로 마치 통화전쟁의 재연을 보는것 같다.
일본엔 시세는 미국이 팔장끼고 있는 듯한 느낌속에 일본이 안간힘을 다해서 대응하고 있는데도 계속 오르는 반면 달러는 폭락세에 있다. 지난 14일에는 동경환시장에서 l달러에 1백53엔선까지 가서 최고시세였던 지난해 8월의 1백52엔에 근접하기까지 했다.
현재 추이로 엔고, 달러약세가 일시적이냐 아니냐 하는 예측을 외환전문가들도 내리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엔고 배경과 원인이 미국의 무역적자확대, 미경기불투명, 미의회보호주의 강화, 서독총선에 따른 마르크강세→엔강세, 구주통화제도(EMS)의 통화조정 불충분으로 엔매입강세등 복합적이기 때문에 추이를 예측하기 힘드는 것이다.
일본은 엔고불황이 심각해지고 있어 환시양 개입등으로 엔시세의 안정을 도모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미국의 협조없이는 엔시세 안정이 어려운 실정인데 미국의 태도가 분명치 않다.
작년 10월에 미「베이커」, 일본의 「미야자와」 등 양국 재무장관은 1달러=1백60엔선에서 안정시키는데 노력키로 합의한바 있으나 여의치 않으며 오히려 미국은 엔고를 부추기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베이커」장관은 지난8일 미상원예산위 공청회에서 『달러하락은 이치에 맞다』, 『달러하락이 인플레에 연결될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이같은 증언이 있은 직후 엔은 더욱 강세를 보였으며 뉴욕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베이커」증언을 달러약세 신호로까지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이 더 이상 엔고를 감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인하등 경기부양에 보다 적극성을 보이면 미국과의 통화조정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우리로서도 미국과 원화절상문제가 앞에 놓여있어 엔-달러 균형시세는 관심사가 아닐수 없다. 미국이 선진국, 여타 개도국들의 통화절상폭을 기준으로 원화의 절상문제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미리미리 대비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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