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재개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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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날씨와 장소까지 합의됐던 남북회담들이 북한측의 일방적 거부로 중단된지 1년이 됐다.
당시 북한은 우리가 연례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한미합동 팀스피리트 훈련을 트집삼아 작년 1월18일로 예정됐던 국회회담, 22일의 경제회담, 2월26일의 적십자회담을 모조리 중단시켰다.
그동안 우리측은 여러차례 대화재개를 요청했으나 북한은 군사회담과 정치회담을 새로 제안할뿐 기존대화의 재개엔 응하지 않았다.
이같은 정체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전두환대통령은 신년국정연설에서 남북최고당국자회담을 포함한 폭넓은 대화를 제의했고 14일 다시 수석대표들이 대화재개를 제의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의 대화중단은 당초부터 아무런 명분이나 합리적인 이유가 없었다. 팀 스피리트는 우리의 연례행사다. 군이 있는 곳엔 어디나 훈연이 있게 마련이다. 그 때문에 북한도 금년들어 휴전선 근방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고 작년에는 소련군과의 합동훈련까지 갖지 않았는가.
북한이 새로 제의한 군사회담과 정치회담도 언젠가는 반드시 열어야할 대화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적십자·체육·경제·의회등 4개 분야의 대화를 벌여놓고도 하나도 마무리를 지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적십자회담의 경우 대부분의 세부사항에 대해 논의를 끝냈고 85년에는 부분적인 이산가족 상호방문과 예술공연단 교류까지 가졌다.
경제회담에서도 중요원칙이 모두 합의돼 있고 우리측은 누가 보아도 명백하게 북한에 유리한 교역방안을 제의해 놓고 있다.
이런 바탕위에서는 평양부국이 성의만 가진다면 이산가족과 경제문제 해결이 가능하게 돼있다.
특히 체육분야에서는 우리측이 상당한 양보를 하고 있다. 진실로 북한이 88올림픽을 방해하지 않고 겨레의 화합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자 한다면 즉각 우리의 제의를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오늘의 북한사정으로는 남북교류와 상호개방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40여년간 폐쇄되고 우리에 비해 낙후된 상태에서 개방이 가져올 충격과 혼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내부체제를 정리해 나가면서 가능한 분야부터 점진적·단계적으로 교류와 개방을 실시한다면 큰 무리가 없지 않겠는가.
따라서 지금 북한이 할 일은 중단된 대화를 재개하여 나머지 문제들을 결말지어 가면서 개방태세를 갖추는 일이다.
이같은 단계에서 남북최고당국자회담은 까다로운 문제를 타결하고 대화의 새로운 국면을 여는데 효과적일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는 70년대초 적십자회담이 하찮은 문제로 좌초했을 때마다 남북조절위를 통한 양측 최고당국자간의 의사교환으로 쉽게 넘어갈 수 있었던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정상간의 대화 채널이 개설되면 남북관계는 그만큼 순조롭게 가속될 것으로 확신하면서 평양의 새로운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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