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꼬마 스타 길라임 “거리서 알아볼 때 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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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라임양(왼쪽)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유튜브 채널 라임튜브에는 체험을 함께하는 짝꿍으로 인형 파랑이(가운데)가 등장한다. 파랑이의 목소리를 연기하는 이가 바로 길양의 아버지 길기홍씨(오른쪽)다. [사진 김춘식 기자]

신장 109cm, 깜찍한 외모의 이 유튜브 스타는 팬들에게 사인 대신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도장을 찍어준다. 구독자 37만 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 ‘라임튜브’의 주인공 길라임(6)양의 얘기다.

‘라임튜브’ 누적 조회수 4억5000만
‘뽀로로’등 애니 감독하던 길기홍씨
딸 장난감 놀이, 승마 체험 등 담아
“활기 넘치고 표현력도 더 좋아졌죠”

라임튜브는 길양이 놀고, 체험하는 모습을 그의 부모가 촬영해 영상을 올리는 채널이다. 장난감 놀이, 과학실험, 놀이공원·수영장·열기구·승마·낚시 체험 등 주제가 다양하다. “우와~ (물고기가) 지금 먹이 먹었어요”와 같이 길양의 천진난만한 반응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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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로 모형 집을 만든다. [사진 라임튜브 영상 캡처]

지난달 25일 만난 길양은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알아 볼 때 즐겁다”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해 4월부터 라임튜브에 올라온 길양의 동영상 700여 편은 누적 조회수가 4억5000만 건에 달한다. 지난 6월 한 놀이공원에서 열린 그의 팬미팅에는 어린이와 보호자 50쌍이 몰리기도 했다. 길양의 아버지 길기홍(40)씨는 “또래 친구들이 라임이가 노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면서 간접 체험을 하고, 라임이와 함께 놀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상 촬영이 딸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게 아빠의 생각이다. 길씨는 “라임이가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갈수록 활기가 넘치고, 표현력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라임이 아빠 길씨는 원래 ‘뽀로로 아빠’였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뒤 10년간 ‘뽀로로’와 ‘꼬마버스 타요’ 등의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일했다. 밤낮없이 일하던 그가 인생의 방향을 바꾼 건 2014년 부인 전연숙(37)씨가 급성 신부전증으로 쓰러지면서였다.

길씨는 “아내와 함께 병마와 싸우면서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던 그는 유튜브 영상 제작에 발을 디뎠다. “처음엔 단순히 장난감을 소개하는 영상이었는데, 라임이가 촬영 중간중간 얼굴을 내밀고 끼어든 영상이 반응이 좋아 그때부터 라임이가 주인공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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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카페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길라임양. [사진 라임튜브 영상 캡처]

그 후 세 사람은 길양이 유치원에 가는 시간을 빼고는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 실내 촬영은 대부분 집에서 이뤄진다. 전씨는 1년 간의 투병 끝에 기적적으로 완치돼 건강을 되찾았다. 길양의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다. 자연스럽게 세 사람은 함께 보드게임·블록 맞추기 등을 하면서 노는 시간이 많다. 이런 이유로 길양에게 촬영은 놀이의 연장선이다.

라임튜브가 인기를 끌면서 광고 수익 등으로 길양의 가족은 생계 걱정도 덜었다. 길씨는 지난해 말 CJ E&M의 MCN(Multi Channel Networks) 사업 다이아TV의 투자를 받아 법인 ‘라임캐스트’를 세우고 대표가 됐다. 라임튜브 운영을 비롯해 어린이를 위한 콘텐트 제작에 나서고 있다.

아빠와 딸의 사이도 가까워졌다. 예전엔 밤만 되면 “아빠 언제 오느냐”고 찾던 길양은 요즘 아빠가 읽어주는 동화를 들으며 잠이 든다. 길씨는 “딸이 운율(라임·rhyme)이란 이름의 뜻처럼 세상과 조화로운 사람으로 성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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