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참총장 해외 출장 무기 연기…국방부 “군 대비태세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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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 국정 농단 파문’으로 인해 국방부의 안보 부문 행사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

한민구, 긴급 화상 지휘관회의서
“국내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
7일 방위산업 전략회의도 미뤄
“북, 예년 비해 이상할 만큼 조용”
외교부, 대북 압박책 등 타격 우려
윤병세 “흔들림 없이 정책 추진을”

정부 당국자는 31일 “국내의 정치·사회적 혼란을 틈타 북한이 기습적인 도발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군과 관련한 각종 행사와 일정을 연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이날 호주와 인도네시아 순방을 위해 출국하려던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은 해외 출장을 무기한 미뤘다. 박성훈 육군 공보담당관은 “군사대비태세 강화 차원에서 일정을 연기했고, 해당국에 협조를 구했다”며 “북한의 위협을 고려한 조치라고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7일 예정했던 ‘제1회 방위산업 발전 전략회의’도 무기한 연기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등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3시간가량 오찬을 겸해 청와대 영빈관에서 회의를 할 예정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방산비리 척결을 강조하고, 방산수출 진흥에 관심을 보였던 만큼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는 물론 한국항공우주산업과 풍산, 대우조선해양 등 68개 업체를 참여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방부 당국자는 “청와대 참모진 교체 등의 이유로 회의 연기가 불가피해졌다”고 밝혔다.

앞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긴급 화상 주요지휘관회의(지난달 28일)를 열어 군사대비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이 자리에서 한 장관은 “국내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순실씨 파문을 우회적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정책 동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제 앞으로 정부가 무슨 정책을 발표하든 취지나 정책 입안 과정이 의심받는 일이 생길 것 같다. 대북 압박책처럼 꾸준히 추진해야 하는 분야에 타격이 있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31일 오전 열린 국·실장회의 말미에 “흔들림 없이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 참석자는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동요가 있어선 안 된다는 취지의 이야기였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일단 예정된 주요 일정은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1일에는 김홍균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방한하는 조셉 윤 신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를 갖고 북핵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북한은 특별한 군사적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동계훈련을 준비하는 과정일 수는 있지만 예년에 비해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분위기”라며 “폭풍전야와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군사적으로 미동도 하지 않다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도발해 온 전례가 있다.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8일)을 전후해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전하규 합참 공보실장은 ‘미국 대선 전후에 도발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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