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은 빠를수록 좋다"-노 민정대표와의 1문1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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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정당의 노태우 대표위원은 26일 상오 당사에서 송년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민우 신민당총재의 내각제 조건부 수용제의에 대한 민정당의 입장과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 등 정국전반에 걸쳐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노 대표는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 앞서 『올해는 아시안게임의 성공적 수행, 흑자원년, 6년간의 풍년 등 여러가지 신화를 창조했다』면서 『그러나 정기국회를 비롯한 의정의 양은 매우 안타깝게도 폭력적 용어와 행태가 난무한 해였으며 신민당은 합의 개헌의 무대인 헌특마저도 양외 입김으로 차버리는 등 참으로 용서 못 할 행위가 연속됐었다』고 피력했다.
-이민우 신민당총재의 내각제 조건부 수용제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이 총재의 제의는 내각제개헌 협상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 총재의 생각과 제안은 국민의 여망인 합의개헌을 이룩하고 정국을 풀어가자는 점을 밝힌 것으로 진일보한 사태진전으로 평가하고 싶다.』
-이 총재의 제의와 관련, 영수회담의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현 단계로서는 영수회담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다. 대표회담도 알찬 결실을 내지 못했는데 껑충 뛰어 영수회담을 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태진전에 따라 영수회담의 필요성이 있으면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 신민당총재의 선민주화 7대 조건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에 대해서는 지난 정기국회에서 본인이 한 대표연설이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본인은 야당과의 합의개헌을 성사시키기 위해 의원내각제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야당의 수정제의를 수용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바 있다. 또 내각제 실현에 부수되는 법제도의 보완작업을 추진할 것을 표방한바 있다.
본인이 강조한 것은 민주정치의 핵심은 선거의 공정성에 있으며 온 국민의 초미의 관심이 국회의원선거의 공정 여부에 집중돼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승자와 패자모두가 흔쾌히 승복할 수 있는 공정선거제도를 마련한다고 다짐한 것이다.
결국 이 총재의 선행조건은 포괄적으로 이미 우리가 천명한 내용이며, 일단 7개 요구사항을 접수해 면밀히 분석해 보겠다.』
-7개항의 조건 중에는 언론기본법의 폐지, 사면복권도 포함돼 있는데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이 총재의 제의는 내각제 협상용의를 표명한 것이며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런데 그 내용은 여야간 정치적 절충을 거쳐야 할 사항이 대부분이고 신민당의 요구대로 일방통행식으로 강행할 수는 없다. 그러나 7개 조건은 우리 당이 이미 실천하고 있거나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있는 것이 많은 만큼 대화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기본법을 비롯한 모든 조건에 대해 협상에 응하겠다.』
-27일의 3당 대표 송년모임에서 이 문제가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될 수 있지 않겠는가. 또 내년초에 대표회담을 추진할 생각은 없는가.
『3당 대표 모임이 좋은 분위기를 조성해 주지 않겠느냐』
-민정당이 마련중인 국회의원 선거법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가.
『본인이 대표연설을 통해 국민에게 약속했으므로 이를 준비중에 있다. 야당측과 협상을 해야하는 만큼 현 단계로서는 밝히기가 곤란하다. 앞으로 야당측과 협상을 통해 국민의 열망을 담고 공정성을 잃지 않는 법을 만들겠다.』
-야당과의 협상은 언제쯤 시작될 것인가.
『개헌협상을 모체로 해 필요한 부수 법안인 국회법·국회의원선거법 등은 동시에 할 수도 있고, 순서를 정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자꾸 늦춰서는 안되며 협상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같은 엄청난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야 모두가 이런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했는데 그 한계를 어디까지 둘 수 있는가.
『시기를 못박을 수 없는게 유감이다. 우리나라의 정치협상은 어떤 스케줄에 맞출 수 없고 시한을 정해 노력해도 안되는 경우가 많은 게 특징이다.
과거의 전례를 찾아봐도 스케줄에 따라 이뤄진게 없다.』
-내년 정치일정은.
『개헌 그 자체가 전부가 아니고 거기에 수반돼 처리해야할 법안이 많이 있다. 현재 얼마만큼 급하게 되어있다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알고있지 않느냐.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 총재가 제시한 전제조건들을 논의하기 위한 별도의 기구를 만들 용의는 없는가.
『헌특중심으로 총장·총무및여타의 중진회담을 통해서 협의할수 있고 필요하다면 별도의 협상기구를 만들어도 좋다.』
-협상조건에 나와있는 사면복권에는 김대중씨도 포함되는가.
『그 동안 몇 번 밝힌 바도 있지만 그 문제는 정치적 사항 하나로 해결될 수 없고 사법적 사항, 더 나아가 통치권자의 아량도 있는 것이 아니냐. 따라서 그 문제는 법의 여건과 본인의 자세여하에 따라 달려있다. 그러나 선별적으로 야측과 협상할 용의는 있다.』
-그렇다면 김대중씨와 다른 사람을 분리하겠다는 것인가.
『여러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김대중씨는 제외하고 김상현씨는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냐.
『포괄적으로 대담하지 않을 수 없음을 이해해달라.』
-야당과의 협상은 개헌을 반드시 전제로 한 것인가.
『현 상태에서 개헌문제를 빼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협상의 시기는.
『우리는 내일부터라도 할 수 있으며 문제는 신민당의 사정에 달려 있다.』
-신민당이 계속 헌특에 불참한다면 그 대책은.
『신민당이 적극적으로 나오리라고 본다.』
-영수회담의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느냐.
『직접적으로 연관시키지 말라. 그러나 야당과의 협상이잘 되어 나가면 개헌정국은 풀려 가는 것이고 필요하면 그 과정에서 대표회담도 하게되고 이런 가운데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영수회담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본인도 노력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영수회담이 필요없다고 했는데…. 변화가 아니냐.
『변화가 아니다. 영수회담을 한다고 해도 개헌은 당이 주도한다. 개헌문제뿐 아니라 국정전반에 걸쳐 영수회담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하는 것이다.』
-이 총재에 대한 민정당의 「배려」가 있어야되지 않겠는가.
『공당의 총재가 그런 제안을 한 것은 당내의 의견, 더 나아가 국민의 뜻을 수렴한 것이라고 생각해야한다.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이 총재가 그렇게 얘기했으니 민정당에 이익이 되겠다」고 생각하지 말아달라.』
-민정당은 「진정한 민주화」를 주창했지만 구체적성과가 나타난 것이 없다고 보는데.
『평가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본다. 우리 당이 내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
-7개 전제조건이 여야간절충사항이라고 했는데 그 문제는 절충사항이 아니지 않는가.
『타결을 보려면 절충을 거쳐야 한다. 여러가지 각계 의견을 물어봐야 하지 않느냐.』
-지자제는 언제 실시하는가.
『우리가 지자제실시 노력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 다만 실시시기는 개헌여부와 함수관계에 있고 이는 상식이다.』
-이 총재의 구상을 발전시키기 위한 민정당의 정치적 노력은.
『우리는 여러가지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다만 야당인사의 좋은 얘기가 어떤 경우엔 규탄 받고 그의 정치생명이 짧아질 수 도 있는 우리정치현실이 개탄스럽다.』
-내년 언제 전당대회를 하며 여기서 후보지명이 있게되느냐.
『전당대회는 하겠지만 구체적 스케줄은 개헌을 완료한 후에 정해져도 늦지 않다. 우선 개헌문제에 당의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민정당 당헌에 총재선출 규정이 막연하다는 등의 이유로 야권에서 영구집권 운운하고 있는데….
『분명한 것은 대통령의 단임 정신에는 추호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유언비어성 추측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김영삼씨를 대화상대에서 제외한 듯 한데….
『그런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다. 다만 공식 책임자와 만나지 않으면 여러가지 혼란이 생기고 예의도 아니기 때문에 신민당총재를 대화상대로 하는 것이다.』
-총선시기는.
『앞뒤로 봐서 적합한 시기에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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