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주택경기 전망 불확실…9월 밀어내기 분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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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이 막판 아파트 분양 행렬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달 전국에서 4만6000여 가구를 분양한 데 이어 이달 7만여 가구를 쏟아낸 것으로 추산된다. 내년 주택경기 전망이 불확실하다고 보고 분양 일정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3만8294가구였던 분양 물량은 지난달엔 4만6830가구로 22.3% 증가했다. 서울이 지난달 8614가구로 전년 동월 대비 128.3% 증가한 것을 비롯해 수도권(2만6202가구) 분양 물량이 1년 전보다 18.8% 늘었다. 이달에도 분양 행진을 이어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7만6000여 가구가 분양됐다. 월별 기준으로 올 들어 최대치다. 분양대행업체인 내외주건 정연식 부사장은 “분양 경기가 좋을 때 털어내기 위해 업체들이 갖고 있는 물량을 밀어내기 식으로 내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분양 현장엔 예비 청약자가 대거 몰린다. 지난달 전국 1순위 청약경쟁률은 23대 1로 올 들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저금리로 대출 부담이 낮은 상황에 주택 경기가 꺾이기 전에 분양받으려는 막판 수요가 몰렸다”고 말했다.

이 덕에 미분양 물량은 줄었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700가구로 8월보다 3%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1만9021가구로 한 달 새 10.9% 줄은 반면 지방은 4만1679가구로 1.2% 늘었다.

분양시장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실물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부동산 시장만 ‘나홀로 호황’을 지속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의 주택담당 임원은 “특히 정부가 다음달 3일 부동산 과열 진정 대책을 발표하면 강남권 중심으로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내년 이후엔 공급 확대 추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시장의 선행지표 성격이 있는 인·허가 물량이 3개월 연속 줄고 있어서다. 주택은 일반적으로 인·허가를 받은 뒤 분양·착공을 거쳐 완공되기까지 2~3년이 걸린다. 지난달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4만8024가구로 지난해 9월보다 45.4% 줄었다. 9월 인·허가 물량은 최근 3년치 평균(5만3000여 가구)에 근접한 수치다. 특히 수도권이 1만4872가구로 1년 전보다 71%나 줄었고 지방은 3만3152가구로 9.8% 감소했다. 김이탁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내년 이후 공급 과잉과 금리 인상 우려 등으로 건설사들이 물량 조절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가 임박하면서 주택시장은 숨을 죽인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0.17% 올라 전주보다 상승폭이 0.05%포인트 줄었다. 특히 강남구의 상승률은 0.39%에서 0.18%로, 송파구는 0.2%에서 0.08%로 둔화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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