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채권 과세 줄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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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부동산 거래에 유별나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양도차익에 대해선 세금을 무겁게(세율 30∼75%)매기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78∼79년에 겪은바 있는 부동산투기라는 망국 병의 재연을 막아보려는 조세정의 차원의 정책적의도 때문이다.
또 국세청이 분양 받은 아파트를 전매했을 때 판 값에 포함돼 있는 아파트 채권액에 대해시가 평가액만을 산값에 포함시켜주고 나머지는 프리미엄으로 보아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것도 부동산 투기봉쇄의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지난해 10월 22일 대법원은 아파트 입주을 위한 채권 매입 액은 아파트 취득원가로 봐야 하므로 이를 과세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확정판결을 내린바 있다. 그후에도 5차례나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려 사법부는 「과세부가」입장을 명백히 하고 있다.
대법원의 거듭된 과세부가 판결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은 계속해서 케이스가 생길 때마다 아파트 채권입찰액에 대해 세금고지서를 내보내고있다.
국세청이 대법원의 판결에 승복하지 않는데는 나름대로의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즉 아파트채권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물리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분양 받은 아파트를 등기도 하지 않은 채 프리미엄만 따먹고 넘기는 투기꾼이며 1가구 1주택은 처음부터 제외되는 것이므로 애써 봐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소수 투기꾼의 보호」라는 역리에 빠지지 않기 위해 계속 과세하겠다는 것이 국세청의 입장이다.
이렇듯 같은 법을 놓고 집행하는 측과 해석하는 측의 견해가 다르다. 문제는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는 것이 아니라 국가 기관간의 부조화·모순이라는 점이다.
법의 최종적 유권해석기관인 대법원의 판례에 따르든지 아니면 부동산투기 봉쇄를 위해 법체계를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없게 정비하든지 해야할 것이 아닌가.
건전한 경제활동을 병들게 하는 투기를 막자는데 나서서 반기를 들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행정기관과 사법부가 계속 평행선을 그으며 대립적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무언가 잘못된 일이 아닐 수 없다. 【곽한주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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