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테 '시선'으로 세계 시장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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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대구의 한 안경테 제조업체가 세계 시장을 겨냥해 독자 브랜드 마케팅에 나섰다. 대구시 동구에 자리잡은 ㈜뉴스타광학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수출하면서 쌓인 생산노하우와 내수 시장의 성공을 바탕으로 안경테의 일류 생산국으로 꼽히는 일본과 이탈리아 등의 선진 업체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이 업체가 내세운 독자 브랜드는 2001년 개발한 '시선'이다. 이 브랜드는 한자 '視線'과 영어 'SEESUN'을 함께 쓴다. 국내 소매가격이 개당 15만~35만원 수준인 고가품이다. 국내 소비자의 반응이 나쁘지 않아 지난해 이 브랜드로 12억원어치의 내수 판매량을 올렸다.

영세업체가 대부분인 안경테 업계 사정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실적이다. 실제로 브랜드를 선보인 뒤 1년여 만에 국내 판매망을 3백50여곳 확보했다. 지난 5월엔 입점이 쉽지 않은 김해국제공항 면세점을 뚫었다. 금강산 온정리의 면세점에도 곧 들어 갈 계획이다. 또 국내 일부 백화점과 특급 호텔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고가 명품 브랜드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삼아 파고든 성과였다. 내수 시장에서 이름을 올리면서 수출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 붙일 수 있게 됐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대구의 전시. 컨벤션 센터인 엑스코에서 열린 국제광학전에 '시선'을 출품해 7백여명의 해외 바이어들에게 브랜드를 알렸다. 또 전시회 동안 20여개 부스를 빌려 대규모 안경 패션쇼를 열었다. 이에 앞서 2001년 국제광학전에는 제품은 내놓지 않고 브랜드만 소개하는 형태로 참가하는 등 단계적인 해외 홍보전략을 폈다.

이에 따라 최근엔 대만.중국.태국 바이어들의 시제품 주문이 이어져 동남아 지역 수출길이 열리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차츰 유럽과 미주지역으로 수출 시장을 넓혀 간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 장지문(48)대표는 "이탈리아.프랑스 등의 명품 안경테가 국내 시장을 휩쓸고 있는데 '우리는 왜 이런 브랜드를 만들 수 없을까'라는 고민을 해 왔다"며 "외국 제품에 뒤지지 않는 소재로 디자인 감각을 살리면 머지않아 우리 상표로 세계시장을 뚫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가 품질과 디자인에 온 힘을 쏟는 것도 이 때문이다. 5명의 전문 안경테 디자이너를 확보해 안경광학연구소를 만들었고 이탈리아 밀라노와 일본 도쿄(東京)엔 안경테 디자인의 흐름을 파악하는 시장 정보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시선'브랜드의 안경테 절반은 이탈리아.일본에서 만들어 들여 온다. 소재와 디자인은 뉴스타광학이 결정하고 하청을 주는 것이다. OEM으로 수출하던 업체가 오히려 주문을 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시선'안경테에는 '메이드 인 재팬'과 '메이드 인 이탈리아'란 영문이 찍힌 것이 적지 않다.

장대표는 "세계 유명 브랜드에 15년간 납품을 해 품질면에서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외시장에서 하루라도 빨리 자리 잡기 위해선 이탈리아와 일본 업체에 제작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1986년 설립된 뉴스타광학은 5년 전부터 세계에 선 보일 상품 개발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했다. 북구 노원동 3공단에 있던 공장을 98년 지금의 신기동으로 이전했다. 일손이 모자라 늘 고민하던 이 업체는 주부 인력을 구하기 쉬운 아파트 단지 인근으로 옮긴 것이다.

그 때부터 본격적인 디자인 개발에 들어갔다. 콧대가 낮은 동양인에게 맞게 코걸이(노즈 패드)를 만들었고 동양인이 비교적 두 눈간의 간격이 넓은 점을 고려해 렌즈 사이의 거리도 조정했다. 또 판매 후 2년 동안 무상 수리하는 애프터서비스체제를 갖췄다.

뉴스타광학은 2005년까지 '시선'의 브랜드 상품 매출액을 수출을 포함해 1백억원으로 끌어 올린다는 목표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1백50억원. 수출액이 1천만달러에 달했고 내수 매출액은 30억원 규모였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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