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53조원에 NXP 인수…반도체 사상 최대 빅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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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의 반도체 회사 퀄컴이 차량용 반도체로 유명한 네덜란드 NXP를 470억 달러(약 53조7900억원)에 산다.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퀄컴은 27일(현지시간) “NXP를 주당 110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모바일 반도체 세계 1위 회사
“차량 반도체 시장 주도권 쥘 것”

퀄컴은 모뎀칩 특허를 기반으로 모든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특허 사용료를 받는 모바일 반도체 세계 1위 회사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중앙처리장치)를 주요 스마트폰 회사에 공급하고 있다.

이런 퀄컴이 NXP를 인수한 건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 하지만 자율주행차 등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카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며 많은 반도체 업체들이 군침을 흘리는 영역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2020년까지 자동차 반도체 시장이 연평균 9% 성장할 거라고 내다봤다. 전체 반도체 시장의 같은 기간 성장 전망치는 연평균 2.6%에 불과하다. 송용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자동차는 PC나 스마트폰에 비해 극한의 환경에 노출되는 데다 자율주행차는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 안전 테스트가 훨씬 더 엄격하다”며 “세계적 기술력의 반도체 업체들도 쉽게 진입하지 못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최근 몇 년 사이 대형 M&A가 잇따라 성사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혁명으로 반도체 활용처가 늘어나며 신성장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합종연횡이다.

지난해 싱가포르 반도체 회사 아바고테크놀로지스가 미국의 통신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을 370억 달러(약 42조3500억원)에, 올 7월 미국 반도체 회사 아날로그디바이스가 리니어테크놀로지를 148억 달러(약 16조9400억원)에 사들였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의 상무는 “사물인터넷(IoT)이나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관련 분야에 전문성을 확보한 기업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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