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실험실이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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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생명공학자들은 단백질의 정밀한 입체 구조를 분석하려면 포항 방사광가속기를 찾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밝은 빛을 내는 거대 연구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시료를 싸들고 가 며칠을 현지에서 숙박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한국원자력연구소에 있는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를 이용하는 데도 그 같은 불편은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로는 물질의 내부 구조 연구나 비파괴 검사 등을 위해 연간 수천명의 과학자가 찾는 곳이다. 외국에서도 많이 온다.

앞으로 건설할 양성자가속기나 나노종합팹 등도 이런 불편을 해소하긴 어렵다. 수백억~수천억원의 건설비가 필요한 거대 공동 연구시설을 곳곳에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을 정보통신이 해결해줄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전국에 산재해 있는 거대 공동 연구시설을 수퍼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e-사이언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시설의 중복 투자 없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국가 연구 능력을 배가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거대 공동 연구시설로 연구자들이 직접 가지 않고도 인터넷이 연결되는 곳이면 국내외 어느 곳에서라도 연구시설과 실험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국제 간 공동 연구도 활기를 띠는 효과가 기대된다.

예를 들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초고전압 투과현미경.하나로 원자로.포항 방사광가속기는 같은 금속의 구조를 분석해도 영상이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초고압투과현미경은 전자빔을,방사광가속기는 X선을, 하나로는 중성자빔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세 곳을 수퍼 컴퓨터와 인터넷을 연결하면 각각의 영상을 동시에 비교하면서 실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인터넷으로 실험기기를 원격으로 조작하며, 초고성능인 수퍼 컴퓨터로 입체적인 분석과 비교가 가능해진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e-사이언스를 올해 시작, 2008년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데 묶을 주요 연구시설은 하나로.방사광가속기.초고압투과현미경.양성자가속기.나노종합팹 등이다. 이를 이용한 연구는 대기.항공.우주 사업 등 첨단기술 개발분야다.

시범 사업 중 한 가지로 초고압투과현미경과 중앙과학관을 연결해 청소년들이 원격지에서 초미세 세계를 현미경을 조종해가면서 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e-사이언스가 구축되면 가상공간의 공동연구를 통해 연간 수천억원의 연구비를 절감하고, 연구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방주 기자

<사진설명전문>
e-사이언스 사업이 완료되면 국내외 어디서든 인터넷으로 거대 연구시설의 실험기기를 원격 저작할 수 있다. 사진 맨 위부터 오사카대의 물리 연구실, 대덕 원자력 연구소의 하나로원자로, 포항 방사광가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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