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다운 삶」의 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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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른 여덟 번째 인권주간을 맞았다.
인권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기본권 보장을 촉구하고 다같이 확인하는 기간이다.
국제인권옹호 한국연맹은 인권주간에 즈음해 임의동행의 폐습이나 인신 구속의 남발을 시정할 것을 주장했고 사법부의 수장 역시 인신 구속의 심리를 신중히 할 것을 각급 법원에 시달했다.
한 성직자는 인간존엄과 자유와 기본적 인권의 신장을 위해 개헌문제를 원점에서 새로 확인, 인권이 보장되는 민주화 개헌을 하라고 여야 정치인들에게 간곡히 당부하기도 했다.
모두가 우리가 처한 인권 상황이 어떠하고 민주화의 최우선 과제가 다름 아닌 인권보장에 있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깨우쳐 준 고언이다.
오늘날 우리 국가와 국민의 지상목표는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삶」의 보장에 있다.
우리가 국회와 행정과 사법이란 국가기관을 두고 공권력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나 반공을 하고 안보와 정제발전에 몸부림치는 것도 바로 인간다운 삶과 행복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것이다.
헌법을 고쳐 보다 좋은 헌법을 마련해 보자는 것도, 민주화를 하자는 까닭도 역시 모두 이를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정치인들은 인간다운 삶이라는 숭고한 목표에 대한 관심보다는 다른 곳에 더 열중하고 있다. 공권력 또한 이 목표에 부합하게 적절히 쓰여지고 있는지, 국가와 국민 사이에, 그리고 국민상호간에 빚어지는 인권침해가 호전되고 있는지를 묻고 싶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명문규정들로 장식되어 있다.
행복의 추구권을 위시해서 생존권과 신체의 자유등 기본적 인권을 확고히 하고 있다. 더구나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인권을 보호하고 보장할 의무가 있다는 것도 뚜렷이 하고 있다.
그러나 인신의 보호는커녕 공권력으로 신체의 자유를 사법절차도 거치지 않고 박탈하는 사례가 다반사로 빚어지고 있다.
구금은 행동의 자유를 빼앗는 일체의 행위다. 연행이나 보호유치, 구류와 연금, 출입 제한 등은 모두가「구금」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엄격한 법절차를 밟아야 하는데도 과연 교과서대로 되고 있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연행이나 보호유치 등은 그렇다 치더라도 구속의 엄격한 제한을 위해 마련된 영상주의도 무리 없이 이행되고 있는지 돌이켜 보아야 할 것이다.
인신의 자유는 모든 자유의 기초가 된다. 이의 보장 없이는 복지권이니 행복의 추구권 등 거창한 기본권 조항들이 공소해질 뿐이다. 마찬가지로 유례없는 고도성장이나 오늘의 번영, 내일의 무지개 꿈도 인권의 선진화 없이는 참다운「선진」임을 자부할 수 없다.
사회가 복잡다기 해지면 해질수록 개인과 개인간에, 고용주와 피고용자간의 갈등과 마찰이 없을 수 없으며 상호간에 인권침해 사례도 늘게 마련이다. 이럴 때 나서는 게 공권력이다. 이 공권력이 인권을 되레 침해한다면 아이러니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공권력을 사권화하거나 위법, 부당하게 집행해서도 안되고 그럴싸한 명분아래 인권을 유보시키는 일도 없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인권주간은 인간답게 살아보겠다고 노력하는 국민, 그중 에서도 맨 앞장에 나선 위정자와 공권력을 보유하고 행사하는 사람들이「마음으로, 행동으로 인권을 존중」하는 기간이기를 기대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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