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한 박자 빠르게 움직이는 ‘쎈돌’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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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강전 2국> ●·이세돌 9단 ○·랴오싱원 5단

2보(11~21)=이세돌은 더블일리미네이션 두 번째 대국에서 판윈뤄 5단에게 여유 있게 앞서다가 역전패했다. 다소 불리한 형세로 초중반을 견디고 중반 이후의 어지러운 싸움으로 역전승을 거둬온 이세돌 바둑의 패턴을 생각하면 뜻밖이었으나 상대가 중국 랭킹 15위의 강호라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결과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국 랭킹 30위 이내의 기사라면 최정상의 챔피언과 별 차이가 없는 기량이라, 도전기나 결승 시리즈 같은 번기(番棋)가 아닌 단판 승부라면 패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대라는 얘기다.

우하귀를 굳히고 백이 좌하귀 흑 한 점을 제압할 때 다시 손을 돌려 좌상귀로 싸움을 걸어가나 했더니 슬쩍, 물러나 우상귀 11로 굳힌다. 현란한 보법. 이렇게 상대의 의도를 거스르면서 한 박자 빠르게 움직이는 게 ‘쎈돌’류다.

우상귀를 힐끗, 쳐다본 랴오싱원도 ‘마이웨이!’를 외친다. 좌상귀 12로, 상대가 방치한 흑 한 점을 압박해간다. 15, 17은 변칙 타법. 기세의 충돌이다. 18로 과감하게 맞끊어 피할 수 없는 육박전이 펼쳐지고 쌍방 가장 난해한 길로 들어선다. 21까지는 필연의 진행. 다음 ‘참고도’ 백1, 3이 최강의 저항인데 흑4부터 10까지, 어지럽게 얽혔을 때 백11로 붙이면 유황불 타오르는 지옥도가 펼쳐진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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