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부행정지침 12월 중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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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학입시제도 개혁이 충격적으로 발표된 지 4일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시행계획이 나오지 않아 예비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문교부는 무엇에 쫓기기나 하듯 엄청난 발표를 해놓고 지금 와서는 『어떻게 일을 꾸려 나갈지 현재로선 막연하다』는 말만 되풀이, 내주로 예정됐던 구체적인 세부시행지침은 한동안 진통을 겪을 것 같다. 시행에 따른 문제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늦어도 2월말까지, 즉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엔 각 대학의 모집요강이 발표돼야한다는 절대적인 시한을 앞에 놓고있어 문교부는 늦어도 12월중 시행지침확정을 위해 서두르고 있다.
문교부가 검토중인 새 대입제도시행요강지침의 방향과 문제점을 알아본다.
◇문제 출제=손제석 문교부장관은 지난 25일 새 대입제도를 발표하면서 「공동출제-대학별고사」라고 했다. 시험문제는 중앙교육평가원이 전기·후기·전문대별로 각각 출제하고, 각 대학은 전기·후기·전문대별로 각각 같은 문제로 같은 날짜와 시간에 고사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문항배열만은 여러 가지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은 어느 한 대학이라도 관리를 소홀히 해 출제지가 누설될 경우 전국적으로 입시질서는 큰 혼란을 빚게될 우려가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있다.
◇문제은행=이와 함께 출제는 아예 문제은행식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은행식 출제는 우선 몇 배수의 문항을 축적해야하고, 시간이 촉박하다는 제약이 있는 데다 문제누설방지가 확실히 보장되는 것도 아니라는 약점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도 출제위원을 1년 내내 연금 시켜 놓기가 어려운 데다, 대학별 인쇄과정에서의 보안은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문교부는 이에 따라 우선 시행 첫해인 88학년도는 중앙교육평가원이 전기·후기·전문대별로 문제를 공동출제, 각 대학이 이를 가져다 시험을 치르게 하되 끝날 때까지 문교부가 문제지 보안책임을 맡도록 하는 구체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객관식구성=문제는 객관식 외에 주관식이 혼합 출제된다. 논술고사는 폐지됐다. 주·객관식문제 구성비율을 문교부는 현재 정하지 못한 상태다.
문교부는 다만 현행 논술고사가 전체 총점의 10%이내인 점을 감안, 주관식을 첫해에는 10%이내로 구성, 주관식 출제에 대한 충격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점차 그 비율을 높여 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관식의 형태=주관식 문제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논문서술형·단답형·괄호 속에 정답을 적어 넣는 완성형이다.
문교부는 새 제도에 의한 첫 수험의 부담을 덜기 위해 단답형출제를 검토하고 있다. 문교부는 대학교수들의 의견을 들어 이를 확정할 방침이다.
어떻든 첫해부터 논문서술형태의 긴 주관식문제 출제는 피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문교부의 방침이다.
◇대학별 고사일정=전체 대학의 시험합격자발표가 2월20일까지는 모두 끝나야 신학기 개강에 차질이 없다.
즉 전문대학 합격자발표가 지금처럼 2월20일전에는 이뤄져야된다는 것이다.
손 장관은 새 입시제도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전기대학 시험실시시기는 현재의 학력고사 실시시기와 같게 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문교부는 현재 2월20일을 기준으로 시험채점·면접 등에 필요한 기간을 25일, 학생들이 응시원서를 접수시키는 기간을 5일 등으로 계산, 날짜를 역산하여 전기대는 12월 중순, 후기대는 1월 중순에 각각 시험을 치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험생에게 최대한의 시간을 주겠다는 것이다.
문교부는 중앙교육평가원이 문제를 전기·후기·전문대별로 각각 따로 출제해야 하기 때문에 출제소요기간조정에 따라 대학별 고사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면접·구술고사 점수화=문교부는 당초 면접과 구술고사를 점수화하여 전형에 반영토록 하겠다고 했다. 문교부는 점수화를 위해 대학교육협의회 같은 기관으로 하여금 점수화에 필요한 기준을 만들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점수화에 따른 부작용이 없을 만큼 객관적인 평가척도가 당장 마련될 수 있느냐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구술고사 점수화는 흔히 「유럽식」과 「공산국가식」으로 대별된다. 유럽식이 논술문형태로 하는 것인데 비해 공산국가식은 미리 구체적인 질문이 적힌 카드를 수험생이 마음대로 뽑아 이에 따라 구술형태로 고사를 치르고, 이를 정해진 기준에 따라 점수화한다.
◇지원횟수 제한=현행 학력고사제도아래서는 대학간의 2중 지원을 금지하고있으나 「선 지원-후 시험」방식으로 바뀔 경우 수험생이 여러 대학을 지원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
문교부는 이에 따른 혼란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의문시된다.
◇대학별 과목가중치=새 입시제도에서 과목별가중치 적용여부는 각 대학에 일임된다.
문교부는 그러나 각 대학이 적용할 수 있는 과목별가중치비율을 일정수준에서 제한, 상한선을 정해 고교교실에서 특정과목만을 준비하는 교육과정 파행운영을 막을 방침이다.
고사과목은 현행 학력고사와 같게 하고, 앞으로 문제은행식출제가 되면 문항별가중치 적용도 허용할 방침이다. <김종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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