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야 할 세가지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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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북한의 금강산댐 위협에 대해 대응댐으로 「평화의 댐」을 건설키로 결정함으로써 우리측 대책은 일단 그 방향이 정해진 셈이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8∼9년간 6천억원을 들여 높이 2백m, 길이 1천여m의 댐을 건설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금강산댐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키 위한 불가피한 자위 조치다.
따라서 그것이 투자 순위나 건설 입지로 보아 결코 필요하거나 합리적인 것은 아니지만 우리로서는 피할 수 없는 역사다.
이 계획을 추진함에 있어 우리는 다음 세가지를 특히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는 이 「평화의 댐」이 건설 될 필요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그 원인 행위인 북한의 금강산댐 공사의 중지가 선행돼야만 가능하다.
우리 정부는 이미 북한이 금강산댐을 중지하면 우려도 「평화의 댐」을 포기하고 그에 따른 문제를 광범히 논의할 남북 협상에 응할 뜻을 밝혀 놓았다.
둘째는 북한의 불응으로 댐 공사가 불가피할 경우 그 효용을 항구화·극대화하는 다목적 장기 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아직은 계획의 세부 사항이 미완성 단계에 있지만 발전 시설과 주변 개발을 병행시켜야 한다.
전쟁 자체는 비극이요 불행이지만 그것이 발전을 결과한 예는 많다. 「평화의 댐」도 그런 차원에서 축조돼야 한다.
세째는 국민의 직접적인 부담의 극소화다. 6천억원이라는 공사비는 어차피 우리 국민 경제가 부담하게 돼 있다. 그러나 국민의 직접적인 부담이 크게 되면 오히려 댐 건설의 부속적 효과인 국민의 단결이나 대공의식이 흐려질 염려가 없지 않다.
따라서 국민 성금 등은 최소한도의 자발적 참여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댐 문제는 우리 겨레가 얼마나 자율적으로 민족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느냐를 가늠해보는 또 하나의 시금석이다.
우리는 지금 장대하고도 활력 있게 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는 4강에 둘러 싸여 있다. 주변의 모든 나라들은 이데올로기 같은 것에 얽매이지 않고 현실적인 국가 이익 추구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까지나 이 같은 분단 상태에서 부질 없는 경쟁을 계속하면서 아까운 민족적 에너지를 낭비해야만 할 것인가.
우리가 비록 지도자들의 단결 부족과 강대국 정치의 제물이 되어 오늘의 분단을 맞이하게 됐지만 이제는 민족 자해적인 행위를 청산하고 민족 공동체 전체의 번영과 이익을 도모해야할 때다.
우리는 남북한간의 경쟁이라는 차원을 넘어 하나의 공동체를 단위로 하여 주변국 및 세계 각국과 경쟁하여 이겨야 한다.
평양 측은 이 같은 우리 겨레의 시대적 위상과 과제를 똑바로 인식하여 금강산댐 건설의 즉각 중지는 물론 대남 적화 전략을 포기하고 우리의 협상 제의에 호응하여 대화와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곧 민족의 이익 일 뿐 아니라 북한 자신에도 유익하고 현명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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